“넷플릭스가 만드는 걸 국내 방송사업자는 만들 수 없는 환경, 이건 적어도 정상적인 생태계가 아니다”
심미선 순천향대 교수는 한국방송학회, 한국미디어정책학회 주최, 홈초이스 후원으로 10월 31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유료방송시장 정상화를 위한 공정경쟁 환경 조성 방안’을 주제로 한 특별 세미나에서 “지상파에서 규제로 인해 담을 수 없는 콘텐츠들이 넷플릭스로 옮겨가고 시청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면서 방송가 무게의 추가 지상파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급격히 옮겨가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심 교수는 최근 넷플릭스에서 큰 인기를 모은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를 사례로 들면서 ‘OTT 환경에서 합리적인 유료방송 콘텐츠 내용규제 개선 방안’에 대해 발제했다. 심 교수는 자신도 흑백요리사를 재밌게 봤다고 하면서도 방송과 넷플릭스 같은 OTT 간의 규제 비대칭성을 지적했다.
먼저 흑백요리사에서는 출연자 문신과 욕설, 비속어를 여과 없이 방영했다. 또 ‘풀무원 생수’ 제품명, CU 편의점 제품, 라면 ‘너구리’ 상품명 등이 그대로 나갔다. 지상파 같은 방송이었다면 모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제재를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OTT는 전기통신사업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부가통신서비스에 해당돼 방송법 적용을 받는 방송보다 규제 허들이 낮은 편이다.
심 교수는 “지상파 및 종편채널에서는 빗겨갈 수 있는 심의규제 문제가 OTT 사업자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 비대칭규제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며 “블록버스터급 예능콘텐츠 신규 제작이 넷플릭스에서만 이뤄지고 있어 한국 제작사의 하청업체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심 교수는 규제 제도 개선을 위해 고민해야 할 요인으로 △융합 환경 하에서 방송, 비방송을 구분 짓는 기준이 적합한가에 대한 고민 △기술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수용자 관점에서 방송 개념 재정의 △매체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정확한 인식 등을 꼽았다.
그는 “OTT를 비롯한 융합미디어의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해 미디어 책무성을 부과해야 한다”며 “방송의 범위를 OTT까지 확대하고 매체별 내용 규제 차이는 이용자 규모, 영향력에 따른 차이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지상파 등 매체 영향력은 대부분 보도 부문에서 발생하는데, 비보도 부문에 대한 규제는 구별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이제까지 방송 심의가 선정성, 폭력성에 초점을 뒀다면 과도한 선정성, 폭력성 규제는 지양하고 차별, 혐오, 문신, 비속어 사용 등 어린이·청소년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애용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심 교수 외에 황유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도 ‘OTT 시대, 유료방송시장의 공정경쟁 기반 조성을 위한 제도 정비 방안’을 주제로 발제했다. 종합토론에는 강재원 동국대 교수, 이헌율 고려대 교수, 유홍식 중앙대 교수, 전은선 홈초이스 팀장, 홍종윤 서울대 BK교수가 패널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