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4월 총선에 대해 “통진당 후예와 조국 등 극단주의 세력의 대한민국 장악 시도를 막는 선거”라고 했다. 그는 옛 통합진보당 계열 인사들이 민주당과 연대해 국회 진입을 시도하고, 자녀 입시 비리 등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장관이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상황에 대해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조국은 한마디로 유죄를 받고도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에 복수하겠다는 점에서 극단주의 세력”이라며 “어느 사회나 극단주의자는 있지만 이들이 주류에 진입하면 상식에 기반한 민주주의나 경제 발전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총선 상황과 관련해 한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을 맡았을 때처럼 여전히 9회 말 2아웃 2스트라이크라는 마음”이라며 “선거운동이 이제 시작된 만큼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국민 눈치를 보는 민심 순응 세력”이라며 “민심을 무시하고 거부하는 세력과 다르다는 점을 국민들이 알아봐 주시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높은 정권 심판론에 대해선 “우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국민의 뜻을 따르기 위해 지금 발버둥치고 있다”고 했다.

이종섭 호주 대사 조기 귀국,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사퇴를 요구한 데 대해선 “정부의 종전 입장이 틀렸다고 볼 수는 없지만, 국민들이 이걸 왜 싫어하실까 살펴보고 그에 따라 입장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인터뷰는 지난 21일 밤 10시 대전의 한 카페에서 이뤄졌다. 한 위원장은 이날 대구·경북 유세를 마친 후 상경하지 않고 밤 10시가 다 돼서 대전에 도착했다. 다음 날 오전부터 충남 보령·당진을 방문하고 경기 평택 해군2함대에서 열린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었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 약 1시간 동안 한 위원장을 만났다.

대전에서 연락이 닿은 한 위원장은 “휴게소에서 라면 한 그릇 먹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에만 시장과 상가 3곳을 돌며 거리 인사를 했다고 한다. 기자에게 간식으로 ‘밤양갱’을 건넸다. 수행 직원이 커피와 물을 가져왔지만 한 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평소처럼 빠른 속도로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다. 그를 알아본 카페 손님들과 인사할 때만 답변이 끊어졌다. 지지자들과 악수하느라 한 위원장의 손은 피부 곳곳이 까져 있었다.

-총선 결과 어떻게 전망하나.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제가 불려오게 된 것이고, 지난 석 달 국면이 여러 번 바뀌기도 했다. 과거 총선 예상 의석이 맞은 적이 있었나. 제가 보는 자료마다 편차도 크다.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다만 질 수 없는 선거다. 숫자(예상 의석)로 전망할 때가 아니라 모든 것을 걸고 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현장을 다녀보면 민심은 어떤가.

“때론 발이 공중에 뜰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모인다. 하지만 정치인으로서 냉정함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곳에 오지 않은 분, 비판적인 분도 많다는 것도 안다. 물가 걱정, ‘잘살게 해달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다. 편지를 보내주신 분 중엔 범죄 피해자도 많다. 저는 범죄자보다 범죄 피해자의 인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조수진 (변호사) 같은 사람을 공천했다는 것은 문제다. 성범죄자도 변호받을 권리가 있지만 여자아이가 성폭행당했는데 그걸 변호사가 범죄자를 변호하는 방법으로 가족에 의한 (성폭력) 가능성을 언급하는 경우는 없다. 성폭력 피해 여성을 ‘피해 호소인’이라고 했던 분들도 전원 민주당 공천을 받았다. 범죄 피해자에 대한 태도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다르다.” 조 변호사는 인터뷰 직후인 22일 새벽 후보직을 자진 사퇴했다.

-총선 메시지에서 야당에 대한 비판만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재명·조국 범죄자 연대, 위헌 결정까지 받은 종북 세력이 주류로 들어와 대한민국을 후진시키지 못하게 하자는 걸 네거티브(비난전)로만 볼 건 아니다. 죄가 있어도 없다고 거짓말하는 세력은 있을 수 있다. 이재명 대표가 그렇다. 그런데 유죄판결이 나더라도 상관없고 복수하겠다는 건 극단주의 세력이다. 이 대표가 민주당을 사당화해서 극단주의 세력의 숙주로 내주면 이들이 주류가 될 수 있다. 히틀러도 처음엔 소수 극단 세력이었지만 독일의 주류 정당과 결탁했고, 총리까지 (히틀러가) 차지하면서 정권이 넘어갔다. 극단주의자가 시민들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순간 민주주의가 무너진다. 그러니 질 수 없는 선거다.”

-과도한 우려 아닌가.

“극단주의 세력이 주류가 되면 원하는 걸 얻으려고 탄핵 시도를 반복할 것이다. 외교도 국익이 아니라 이들에게 좌지우지된다. 일부 남미 국가처럼 지난 100년간 정상적인 민주주의에서 망가진 국가는 모두 똑같은 방식이었다. 극단주의 세력은 주류 밖에 있다가 주류의 약점을 가지고 그걸 숙주 삼아 들어와서 주류를 완전히 장악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한다. 한국 정도 수준의 국가는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이 함께 간다. 그런 점에서 극단주의 세력을 막는 것은 경제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여전히 정권 심판론이 우세하다.

“우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성하고 ‘부족한 것 다 고치겠다. 유연하게 고치겠다. 마음에 들게 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있다. 국민이 원하는 대로 맞추려고 굉장히 발버둥치고 있다.”

-이종섭 대사 귀국, 황상무 수석 사퇴를 촉구했다.

“용산의 기존 입장이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논리가 있다. 다만 국민들이 이걸 왜 싫어하실까 살펴보고 그에 따라 입장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처음부터 잘하지’라고 할 수 있는데, 볼테르의 말처럼 상식(common sense)이 그렇게 일반적(common)이지 않을 수 있다. 우리는 상식적으로 판단했지만 시민들이 보시기에 더 원할 수 있다. 제 경험상 리더가 끝까지 원칙을 지켜야 할 때도 있지만 리더와 대중의 판단이 다른 경우 대중이 옳은 경우가 많다. 우리는 대중 정당으로서 국민의 의견에 겸허하고 겸손하게 반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께 직접 건의했나.

“상세히 말씀드리긴 그렇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대통령실과는 이야기한다. 안 한다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닌 거다. 대통령실도 리더로서 시민들의 생각을 존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과 갈등설도 나왔는데.

“대통령님하고 굉장히 오랫동안 신뢰 관계를 유지해 온 사이다. 그 신뢰 관계란 서로가 의견이 다른 경우도 많았지만 서로 의견을 존중하고 의견을 강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어진 것이다. 대통령님이나 저나 중요한 공적 임무를 맡은 사람이고, 각자 공적인 역할을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