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최대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주(州)에서 진행한 타운홀 미팅 행사 도중 난데없이 30분간 ‘댄스’를 선보여 구설에 휘말렸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에서 발생한 돌발 상황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이날 행사장에선 실내온도가 올라가면서 한 남성이 기절하는 응급상황이 발생했다. 트럼프가 국경 폐쇄 등 강경 발언을 이어가던 중이 벌어진 사고였다. 장내 긴장이 고조되자 트럼프는 선거캠프 직원에게 유세 때마다 단골로 등장한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아베 마리아’를 틀어달라고 요청했다. 환자가 들것에 실려 나간 후 이날 사회자 크리스티 노엠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는 다시 질의응답 세션으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또 다른 한 여성 역시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했다.
트럼프는 이 여성이 행사장으로 빠져나간 후 에어컨을 틀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사회자 노엠 주지사는 “이 경제 상황에서는 아마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며 조 바이든과 해리스 정부의 두드러진 인플레이션에 대해 농담을 하며 질의응답을 이어가려 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아베 마리아’를 다시 주문했다. 트럼프는 그 뒤로 5개 정도의 질문에 답하고서는 “더 이상 질문하지 말자. 음악이나 듣자”며 “대체 누가 질문을 듣고 싶어 하느냐”고 말했다. 그리고는 난데없이 자신의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하면서 디제잉을 시작했다. 빌리지 피플의 ‘YMCA’, 제임스 브라운의 ‘잇츠 어 맨스 월드’, 루퍼스 웨인라이트의 ‘할렐루야’ 등 9곡이 연달아 나왔다. 트럼프는 이날 30분 동안 음악에 맞춰 고개를 흔들고 리듬을 타며 무대를 즐겼다.
NYT는 열악한 환경에서 장시간 줄을 서야 하는 트럼프의 유세 현장에서는 응급 의료 상황은 종종 발생한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장내가 정리되면 연설을 재개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이후 상황을 어떻게 진전시킬지 한층 불안정한 모습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리곤 “이날 지지자들은 대부분 가만히 서서 휴대폰으로 그를 촬영하거나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편 카멀라 해리스 캠프는 이날 트럼프 유세에서 벌어진 상황이 담긴 소셜미디어(SNS) X(옛 트위터)에 공유했다. “트럼프는 30분 이상 음악이 흘러나오는 무대에서 정신을 놓고 혼란스러운 상태로 얼어붙었다. 관객들이 행사장에서 쏟아져 나왔다”고 조롱한 글도 덧붙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캠프의 해당 트윗을 리트윗하고 “그가 괜찮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이날 자신의 곡이 사용된 웨인라이트는 다음날 인스타그램에 “어젯밤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이 이 음악과 교감하는 모습은 신성모독의 극치였다”며 트럼프 캠페인에 사용 중단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