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성산업의 공범들’ 탐사 보도는 성매매 업소로 ‘의심’되는 리스트를 확보한 것에서 시작됐다. 리스트에는 이미 ‘성매매 업소’라고 적혀 있었지만, 한겨레21 탐사팀은 아직은 ‘의심’ 수준이라는 인식을 놓지 않고 현장을 찾았다. 취재 윤리 차원의 문제의식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서울 한복판에서 대놓고 성매매 영업을 할까’라는 개인적 의구심이 더 컸다.
이 의구심은 리스트에 있는 업소에 잠입 취재하는 순간 단박에 사라졌다. ‘안마시술소’라고 적힌 업소에 가서 “여기서 안마만 하는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대답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물론 답변은 제각각이었다. 어떤 곳은 에둘러 ‘성매매가 가능한 곳’이라는 취지로 얘기했고, 어떤 곳은 ‘성매매 하는 곳’이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고 했다. 이렇게 대놓고 성매매 하는 곳이라 말해도 단속과 처벌이 쉽지 않음을 아는 듯했다.
그들의 말이 아니더라도 수상한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안마시술소’를 찾는 손님이 남성만 있진 않을 텐데, 여성이 다가가면 아예 문조차 열어주지 않는다. 게다가 정찰 가격표에 적힌 것보다 2배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데도, 불만을 제기하는 손님이 없었다. 또한 업소 종업원의 명함에는 카페나 스크린 골프장 등 다른 업종이 표기돼 있었다. 무엇보다 해당 업소의 이름을 단 성매매 후기가 끊임없이 성매매 후기 사이트에 게재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남은 질문은 하나였다. 적게는 수년에서 많게는 수십 년 동안 같은 공간에서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면, 이 공간을 소유한 사람도 여기서 성매매가 이뤄진다는 걸 알지 않을까. 성매매 알선의 주범인 포주는 적발 이후 다른 사장으로 대체되기 마련인데, 건물은 늘 그 자리에 서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건물주도 성매매 알선 혐의의 공범 아닐까.
한겨레21 탐사팀이 다시함께상담센터와 함께 특정한 132곳은 그나마 수사기관에 적발돼 형사처벌이나 행정처분을 받았다. 고발조차 되지 않아 공식 문서에 기록되지 않은 성매매 업소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게 생각하니, 취재 전엔 보이지 않던 유흥가의 수많은 업소가 이제는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 성매매가 이뤄진다는 사실은 의심보다 확신에 더 가까워졌다.
이번 취재는 수도권 내 성매매 업소에만 집중했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실제로 수도권 밖에선 성매매가 더 만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게 불법 성매매를 지속해서 지적해온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그러니 이번 취재에 사용된 성매매 의심 업소 리스트는 빙산의 일각만을 담고 있다. 보이지 않는 성매매 업소를 더 많이 수면 위로 드러내기 위해선 더 많은 단체와 시민의 노력이 필요하다. 한겨레21 탐사팀에 보내주는 제보()도 그런 노력 중 하나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