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정재호 주중대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년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날 베이징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시진핑 주석이 2022년 11월 윤석열 대통령과 만났을 때 코로나가 끝나면 방한을 검토하겠다고 말했고, 지난해 9월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나서도 비슷한 말을 했다”며 “아직 명확히 된 것은 없지만 시 주석이 APEC에 참석해왔기 때문에 내년 경주에서 열리는 APEC이 (방한의)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선제적인 중국 방문을 제안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한중간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내년 (시 주석) 방한의 디딤돌 측면에서 중국에 가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관련 규제, 탈북민 문제 등을 논의 현안으로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도 “한중관계 발전을 위해 통 크게 중국을 방문하거나 특사를 파견해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일 것을 건의할 생각은 없나”고 물었다. 이에 정 대사는 “지난 2013년부터 지금까지 한국 대통령은 6번 중국을 방문했지만 중국 지도자는 한 차례”라며 “중국 측 약속이 먼저 지켜지는 것이 적절한 것 같다”고 답했다.

이날 국감에선 최근 북·중 관계도 논의됐다. 북한이 경의선을 폭파하는 긴장 조성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역할 가능성, 북·중 현황을 묻는 국민의힘 김건 의원의 질의에 정 대사는 “미묘한 징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다만 “지난 70년 중북 관계를 돌이켜보면 매우 악화했다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아가기도 했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은 내리지 않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으로부터 북한의 사치품 수입 급증도 제기됐다. 윤상현 의원은 “북한의 주류 수입이 2021년 2만 달러에서 684만 달러로 340배 증가하는 등 북한이 선물통치가 강화 추세”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 대사는 “최근 (북한의) 밀수 루트가 러시아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 대사의 ‘갑질’ 논란에 관련한 질의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논란이 됐던 직원 ‘갑질’과 전반적 평가에 사과할 생각은 없나”를 물었다. 이에 정 대사는 “대사관의 완벽한 인화를 못했다는 부분에 대해 아쉬운 부분 많다”고 답했다. 이어 정 대사는 “근거가 된 녹취록을 보면 폭언·막말·갑질은 없었고, 해당 주재관이 공관장에게 대면보고를 못하고 임의보고만 하겠다고 얘기하고 있다”며 “이것이 갑질의 근거가 되는 것처럼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차기 주한 중국대사 인선과 관련 정 대사는 “비중 있는 인물을 엄선하고 있다고 듣고 있다”며 “하지만 언제 누가 선정되는지는 들은 바 없다”고 답했다. 중국은 지난 7월 싱하이밍(邢海明) 대사 이임 이후 석 달 넘게 후임 대사를 공석으로 남긴 상태다. 지난 14일 대통령실은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차기 중국대사로 내정하고 신임장을 신청했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