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정부는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는 러시아에 대규모 병력을 보냈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은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했습니다. 비슷한 시점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터에서 다양한 국적의 병사들이 목격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습니다. 이들 중에 북한군이 일부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전에서 러시아군 소속 외국 병사들이 수천 명에서 수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습니다. 2000달러 정도 되는 월급을 받고 전선에 투입됐지만, 일종의 취업사기를 당한 경우도 많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우크라이나 르비우 지역 포로수용소에만 외국인 병사가 16명 있었고, 다른 수용소에는 더 많았다고 전했습니다. 취재에 응한 이들은 대부분 자신이 속아서 전장에 투입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네팔 출신인 포로는 러시아 유학을 하려다 전쟁터에 끌려왔다고 합니다. 유학을 주선했던 대행사에 속아 대학 등록금을 낼 수 없는 처지가 된 그는 다친 사람만 도와주면 된다는 말만 믿고 러시아군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슬로바키아 출신 포로는 시베리아 자연이 좋아서 러시아에 살고 싶었습니다. 시민권이 필요했고, 원하는 것을 얻으려 군대에 자원했습니다. 참호를 파고 벙커를 만드는 일만 하면 된다고 해 위험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브라질 국적 포로는 호주에 거주하다 IT회사에서 취직 제의를 받아 러시아로 왔습니다. 하지만 이 회사는 러시아 군 정보당국을 위해 일한다는 곳이었고, 매일 드론 조종 훈련 등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는 회사 측에 이런 일을 하려고 러시아에 온 것이 아니라고 이의를 제기했으나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들 모두는 반강제로 전장 한복판에 투입돼 포로로 잡히는 신세가 됐습니다. 그리고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됐습니다. 러시아는 이들의 귀환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고국으로 돌아가기도 어렵습니다. 상당수 국가는 외국군을 위해 전투에 나서는 행동을 불법으로 규정해, 이들이 귀국하면 감옥에 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포로로 잡힌 러시아군 소속 외국인 병사는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들 상당수는 우크라이나군의 위치를 확인하고자 의도적으로 러시아군보다 전장에 우선 투입된다고 합니다. 사실상 총알받이 혹은 고기방패로 이용되는 셈이라 사망률이 매우 높습니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의 운명도 다르지는 않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