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자동차의 차량 품질 인증 조작에 대한 책임 논란에 휩싸였던 도요다 아키오(68) 회장이 18일 주주총회에서 이사로 재선임됐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18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 도요타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도요다 아키오 회장을 포함한 10명이 도요타자동차 이사진으로 선임됐다”고 전했다.
도요다 회장은 지난 2009년 도요타자동차 사장으로 취임한 뒤 미국 내 대규모 리콜 문제, 동일본 대지진,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 등 대규모 위기를 극복하고 회사를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전기차가 급부상하던 지난해엔 “미래 모빌리티(이동수단)의 새로운 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제가 한발 물러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토 고지 현 사장에게 자리를 물려준 뒤, 회장으로 일선에서 한걸음 물러섰다.
하지만 지난해 자회사인 다이하츠공업이 ‘차량 품질 인증’을 받는 과정에 부정을 저지른 게 발각된 데 이어 이달에는 도요타자동차 본사에서도 비슷한 부정 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도요타자동차는 차량 충돌 성능을 조사하는 시험에서 임의로 에어백을 터지게 하거나, 보행자 보호와 관련된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이 문제로 도요타의 주력 차종 가운데 3개 차종의 생산 중단이 이어지고 있다.
주총을 앞두고 일부 외신들은 도요다 회장의 이사 불신임이 이뤄질 수 있다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인스티튜셔널 셰어홀더서비스(ISS)와 글래스 루이스도 도요타 주주들에게 도요다 회장에 대한 연임 반대를 권고했다. 이들은 이 회사가 부당하게 차량 품질 인증을 취득한 것과 관련해 “도요다 회장의 책임으로 봐야 한다”며 “그가 내놓은 기업 개혁안에 이사진 개편은 빠졌는데, 기업문화를 바꾸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미국 주요 공적연금기금으로 꼽히는 캘리포니아주 공무원 퇴직연금기금과 교직원 퇴직연금기금 같은 대형 기관투자자들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도요다 회장을 포함한 일부 이사에 대한 선임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막상 주총에서 도요다 회장은 무난히 이사 연임에 성공했다. 도요다 회장은 이날 “2009년 6월부터 14년 동안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2008년 리먼 쇼크로 첫 적자를 기록했던 회사를) 다시 성장 궤도에 올려놨고, 회장으로 취임한 지난해에는 그룹 세계 판매에서 4년 연속 1위를 달성했다”며 “그러나 그 사이 도요타 자동차 생산을 맡겼던 다이하츠, 히노자동차, 도요타의 원류기업인 도요타자동직기에서 인증 부정이 벌어졌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리먼 쇼크, 대규모 리콜, 동일본 대지진, 타이 홍수 등으로 위기가 계속되면서 (인증 부정 등을 챙길) 여유가 솔직히 없었다”며 “그룹 책임자로서 앞으로 재생에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도요타 자동차에서 벌어진 사건의 심각성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앞서 도요타 회장은 2019년 이후 4년간 95%를 넘는 찬성률로 이사직을 이어왔다. 다만 지난해엔 이사에 재선임될 때는 84.5%까지 찬성률이 떨어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