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물리학상과 노벨화학상을 AI(인공지능) 연구자가 거머쥐며 ‘AI의 시대’가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수상에 큰 역할을 한 단백질 예측 및 설계 AI ‘로제타폴드’는 한국인 연구자가 주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스웨덴 왕립학회 노벨위원회는 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 생화학과 교수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최고경영자), 존 점퍼 구글 딥마인드 연구원을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인간의 힘으로는 10년 이상 시간이 소요되던 단백질의 구조 예측을 AI를 통해 무려 수 분~수 시간 내로 단축한 공로다. 과학계는 신체의 주요 기관을 이루는 주성분인 단백질의 구조와 상호작용을 분석할 수 있다면 인간이 앓는 대부분의 질병을 고칠 신약까지 빠르게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허사비스 CEO가 이끄는 구글 딥마인드 연구팀은 2018년 최초의 단백질 구조 예측 AI인 ‘알파폴드’를 공개했다. 이어 성능을 발전시킨 알파폴드2, 알파폴드 3을 연달아 내놨다. 알파폴드2는 일반적인 계산 방법으로는 10년 이상 소요되던 단백질 구조 예측을 30분으로 단축했다. 지난 5월 나온 알파 폴드3은 단백질을 넘어 DNA 등 신체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생체 분자를 예측할 수 있다.

또 다른 수상자인 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 교수는 2021년 수 분 내로 단백질 구조를 해독하는 ‘로제타폴드(RF)’를 내놓은 뒤 2022년 원하는 대로 단백질을 생성할 수 있는 AI ‘로제타폴드 디퓨전’을 공개했다. 지난 4월 공개한 ‘로제타폴드 올 아톰’은 비단백질 화합물까지 설계할 수 있다.

백민경 서울대 교수가 제1저자로 참여한 로제타폴드가 실린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표지/사진=사이언스

백민경 서울대 교수가 제1저자로 참여한 로제타폴드가 실린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표지/사진=사이언스
특히 베이커 교수 수상에 큰 역할을 한 로제타폴드의 핵심엔 베이커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근무한 백민경 서울대 생명과학과 조교수가 있다. 백 교수는 2021년 제1 저자로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로제타폴드 논문을 발표했다.

백 교수는 9일 머니투데이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직 얼떨떨하다”며 “실험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도 단백질 구조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엔 아무도 믿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개발을 더 해나가야 하지만, (로제타폴드가 나온 지) 4년 만에 이같은 수상 결과가 나온 것이 놀랍다”고 전했다.

단백질 구조 예측 분야의 국제적 석학 석차옥 서울대 교수는 “양자역학이 나오면서 물리학, 공학 등 분야에 변화를 일으켰듯, AI도 화학, 물리학, 생명과학 등에 향후 수십 년 간 큰 파급을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