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사 수련체계 혁신을 위해 400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한다고 예고했지만 정작 젊은 의사들의 반발이 거센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정 기간 수련을 마친 의사에게만 진료 권한을 부여하는 일명 개원면허제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대한의학회가 1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인턴 수련제도 및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방안’을 주제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턴 98%(280명), 레지던트(1~4년차) 96%(601명) 등 전공의 96.8%가 개원면허제 도입에 반대했다. 전공의 5년차 이상은 97%(488명)가 반대해 비슷한 생각을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의학회가 지난 7월 23∼31일 의사·의대생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를 활용해 2020~2023년 인턴 수료자와 2024년 인턴 대상자, 최근 10년 이내 인턴 수료자, 레지던트, 전임의 등을 대상으로 인턴 수련제도 및 수련환경에 관한 생각을 조사한 결과다. 해당 조사에는 인턴 287명, 레지던트 623명, 전공의 과정을 마친 지 5년 이내 봉직의·개원의·전임의·교직(전공의 5년 이상) 505명이 참여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6년제인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국가시험에 합격하면 의사면허가 부여된다. 의사 면허가 있으면 인턴, 레지던트 등 별도의 교육수련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일반의’ 신분으로 독립된 진료 활동이 가능하다. 전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의도 개원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전문의 자격을 딴 경우 본인 과목 외에 다른 과목 진료를 병행할 수도 있다. 일부 젊은 의사들이 의대 졸업 후 곧바로 개원가로 진출하는 추세가 강해지면서 이른바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라 불리는 필수 의료과목의 붕괴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임상수련의 제도 개선을 위한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의사면허 취득 후 일정기간 임상수련을 마쳐야 의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개원면허제가 대표적이다. 미국, 일본, 영국, 캐나다 등 의대 졸업 후 2~3년의 임상 수련 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는 해외 국가들의 사례를 참고한 조치지만 의료계에서는 “젊은 의사들의 개원 자유를 빼앗는다”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현재 1년인 인턴 기간을 2년으로 연장하는 안에 대한 반응도 유사했다. 의학회에 따르면 ‘인턴수련 2년제’ 도입 필요성을 묻는 문항에 인턴 98%(281명), 레지던트 97%(604명) 등 전공의 97.3%가, 전공의 5년 이상은 97%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인턴들의 수련 교육을 전담하는 인턴 지도전문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인턴 57%(164명), 레지던트 50%(316명) 등 전공의 52.7%가 찬성했다. 체계적인 인턴 수련을 위해 표준교육안이나 지침서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문항에는 인턴 80%(231명), 레지던트 80%(497명) 등 전공의 80%, 전공의 5년 이상 79%(398명) 등 높은 찬성률을 보였다.

의학 학술단체 모임인 대한의학회는 현행 인턴 수련교육제도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단순히 기간을 늘리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박용범 대한의학회 수련교육이사(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현행 1년 인턴제도가 문제점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1년에서 2년으로 수련 기간을 연장한다고 해서 문제점이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며 “수련 기간이 늘어나면 오히려 근로자로서의 신분이 연장돼 인턴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련프로그램의 질이다. 수련과정을 표준화하고 인턴 지도전담의를 두는 한편 이들을 위한 정부의 전폭적인 재정 지원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