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민기가 운영하다가 문을 닫은 ‘학전’ 소극장이 ‘아르코꿈밭극장’으로 이름을 바뀌 17일 재개관한다. 지난 3월 15일 폐관한 지 125일 만이다.
3일 오전 찾아간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학전’ 소극장은 막바지 내부 공사가 한창이었다. 건물 앞에 공사 차량이 세워져 있고, 인부들은 마감 공사로 바빴다. 다만 건물 외벽에 있는 ‘학전’이란 간판은 아직 붙여져 있었다. 조만간 이 간판은 떼어지고, ‘아르코꿈밭극장’이란 간판이 걸릴 예정이다.
1991년 개관한 ‘학전’은 최근 몇 년 동안 심각한 경영난을 맞았다. 김민기가 사비까지 쏟았지만 적자 상황은 심각해졌다. 이런 까닭에 33년 간 운영됐던 학전의 건물도 ‘노쇠’해져 있었다. 이 건물을 임차해 ‘학전의 뜻’을 이어가기로 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아르코)는 지나친 리모델링은 하지 않기로 했다. 누수 문제가 심각했던 기존 지하 소극장은 노후화된 조명 위주로 환경 개선을 했다. 극단 사무실이 있었던 2층은 관객을 위한 임시 라운지로 바뀌고, 3층 연습실은 관객과 창작진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된다. 다만 김민기가 사용하던 4층 집무실 공간은 아직 활용 방안을 정하지 않았다.
17일 재개관일에는 ‘과거와 현재의 연결’을 주제로 행사가 열린다. ‘학전’ 출신 단원들이 있는 ‘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가 극장 앞마당에서 ‘학전’의 어린이 뮤지컬 ‘고추장 떡볶이’ 넘버를 포함한 노래 2곡을 부른다. 소극장에서는 판소리 그림자 인형극 ‘와그르르르 수궁가’가 공연된다. 이후 19일부터는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가 주최하는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의 해외 초청작이 공연된다. 캐나다 극단의 ‘사랑에 빠진 뽀메로’ 등 3편이다.
‘학전’의 새 이름인 ‘아르코꿈밭극장’은 어린이들의 꿈이 움트고 자라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학전’에서 김민기란 이름은 지워졌지만 어린이 창작 뮤지컬에 힘을 쏟았던 그의 뜻은 이어가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