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전 세계에서 팔린 삼성전자 스마트폰 10대 중 2대는 하청업체가 만들고 ‘갤럭시’ 택갈이만 한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제품으로 파악됐다. 다만 삼성은 ‘프리미엄폰 우선’ 전략을 강화하면서, ODM 스마트폰 비중을 줄이는 추세다. 주요 중국 제조사의 경우, ODM 비중이 40~50% 정도, 많게는 9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글로벌 스마트폰 ODM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의 상반기 스마트폰 출하량 중 ODM 제품 비중은 22%였다. 주로 갤럭시 M시리즈 또는 A시리즈 하위 모델에 활용된 삼성의 ODM 물량 비율은 2022년 상반기 28%까지 기록하다 작년과 올해 연속 감소했다.
원청업체가 설계·품질관리를 맡고 제조만 하청에 맡기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과 달리 ODM은 설계·품질·제조를 모두 하청업체가 맡고 원청이 이를 납품받아 브랜드만 붙여 파는 방식이다. 개발 비용과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ODM 0%’인 애플을 제외하면, 대부분 제조사의 ODM 의존도가 높은 편이었다. 모토로라는 ODM 스마트폰이 90%에 달했고, 샤오미(78%), 비보(52%), 화웨이(44%), 아너(40%), 오포(39%) 등이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IHS마킷 데이터에 따르면 2018년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ODM 비율은 3%에 불과했지만,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0년 기준 삼성 스마트폰의 ODM 비중이 30%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 제조사들의 저가폰 공세에 대응, 보급형 갤럭시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목적이었다.
노태문 삼성전자 MX(모바일경험) 사업부장(사장)이 직접 2020년 초 언팩에서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진 않겠지만 저가 제품군에서 (ODM을) 활용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의 스마트폰 판매 전략이 플래그십 모델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ODM 비중을 줄인 기간, 250달러 미만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삼성 점유율도 24%(2022년 상반기)에서 18%(올 상반기)로 함께 떨어졌다. 같은 기간 250달러 이상 스마트폰 시장의 삼성 점유율은 19%에서 22%로 증가해, 갤럭시 스마트폰의 평균 판매가 상승에 기여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삼성이 보급형 모델 제조에 활용했던 중국 기반 ODM 생산 방식을 점진적으로 인도 내 자체 공장 생산 방식으로 이전하는 경향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중심의 매출 성장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31일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갤럭시Z폴드6·플립6, 갤럭시S24 시리즈 등 AI(인공지능) 스마트폰의 견조한 판매를 이어가며 연간 두 자릿수 이상의 플래그십 매출 성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갤럭시AI 기능 강화, 새로운 폴더블 폼팩터, 보다 저렴한 폴더블폰 출시를 염두에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