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가 미국과 일본, 독일 등에 공장을 세우며 외연을 넓혀가고 있는 가운데 대만 정부 고위 관리가 유럽에서 추가로 반도체 공장 투자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럽 지역에서 인공지능(AI) 등 차세대 반도체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우청원 대만 국가과학기술위 주임위원(장관급)은 14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TSMC가) 독일 드레스덴에 첫 번째 팹(반도체 제조 시설) 건설을 시작했으며 향후 다양한 시장 부분에 대응하기 위해 몇 개의 팹 건설도 이미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TSMC가 유럽에서 추가로 공장 건설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TSMC는 지난 8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첫 번째 유럽 반도체 생산기지를 착공했다. TSMC는 유럽 진출을 위해 유럽 반도체 고객사인 인피니언·보쉬·NXP와 합작 법인 ESMC를 세웠다. ESMC 지분은 TSMC가 70%, 유럽 반도체 고객사 3개사가 각 10%씩 보유했다. 오는 20207년 공장을 완공해 차량용·산업용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TSMC는 100억유로(약 14조7000억원)를 투자했으며 EU와 독일 정부는 이 중 절반인 50억유로를 지원한다.

TSMC의 유럽 생산 기지 확대 방안은 공급망 다변화 전략으로 읽힌다. TSMC는 반도체 대부분을 대만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최근 미국 애리조나, 일본 구마모토에서 수백억 달러를 투자해 공장 건설에 나섰다. 우 주임위원은 TSMC가 글로벌 입지를 확장하기 위해 AI 칩 시장에 초점을 맞춰 유럽에 더 많은 공장을 짓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TSMC의 유럽 내 추가 투자 계획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그는 “미국의 엔비디아와 어드밴스드마이크로디바이스의 칩을 포함한 AI 시장이 가장 중요한 부문”이라며 “다른 반도체 회사들도 TSMC에 (사업)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우 주임위원은 “어쩌면 그들은 유럽 시장에서도 일할 수 있기 때문에 TSMC는 다음 몇 개의 팹을 계획하기 위해 공장 부지를 찾고 있다”며 “드레스덴에서 확장할지 EU의 다른 지역에서 건설할지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TSMC의 해외 공장은 독일과 인접한 체코로 투자가 확대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우 주임위원에 따르면 대만 정부는 TSMC 공급업체가 드레스덴과 가까운 체코에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또한 대만과 체코에서 반도체 관련 공동연구와 개발 프로그램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우 주임위원은 설명했다.

체코는 중국과 공식 외교 관계를 맺고 있지만 대만과 무역 및 비공식적 관계를 더 긴밀히 유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우 주임위원을 비롯해 여러 대만 고위 관리들이 지난해 체코를 방문했으며 차이잉원 전 대만 총통도 유럽 순방의 첫 번째 방문지로 체코를 선택한 바 있다.

아울러 우 주임위원은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대만 칩 기업들이 미국에서 사업을 더 확장하라는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TSMC는 지금까지 애리조나에 3개의 공장을 짓기 위해 650억달러 이상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대만 기업이 미국으로 이전하면 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에 고통스러울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제 관점에서는 그들이 스스로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좋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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