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3E’의 16단 제품 출시를 업계 최초로 공식화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인공지능(AI) 서밋’ 기조연설에서 “5세대 HBM인 HBM3E 16단 제품을 내년 초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곽 사장은 “차세대 제품인 (6세대)HBM4부터 16단 제품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것에 대비해 기술 안정성을 확보하고자 48기가바이트(GB) 16단 HBM3E를 개발 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곽 사장은 “현재 세계 최초로 개발, 양산하고 있는 ‘월드 퍼스트’ 제품을 다양하게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HBM은 D램을 여러 장 쌓아 만든 고성능 메모리다. 미국 엔비디아의 AI 연산 가속기 칩에 탑재돼 빠른 속도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보조 역할을 한다. ‘8단·12단·16단’ 등의 숫자는 D램을 몇 장 쌓아올렸는지를 의미한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가속기 제조 기업들은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많아짐에 따라 더 높은 단수의 HBM을 요구하고 있다. 같은 세대의 제품이어도 단수가 높아질수록 제품의 성능이 올라간다. 엔비디아는 주력 AI 칩 제품인 ‘호퍼’ ‘블랙웰’ 등에 HBM3E를 두루 사용하고 있다.

곽 사장은 16단 HBM3E 제품과 관련해 “내부 분석 결과 12단 제품 대비 학습 분야에서 18%, 추론 분야에서는 32% 성능이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16단 HBM3E 생산 공정으로는 12단 제품에서 양산 경쟁력이 입증된 ‘어드밴스드 MR-MUF 공정’이 활용될 계획이다. D램을 쌓기 위해서는 고난도 패키징 기술이 필요하다. MR-MUF는 대표적인 패키징 기술이다. 반도체 칩과 칩 사이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공간 사이에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주입하고 굳히는 공정을 뜻한다.

곽 사장은 차세대 제품 출시 계획도 밝혔다. 그는 “AI의 단계적 발전에 따라 메모리에 요구되는 스펙도 다양해진다”며 “저전력 고성능을 특징으로 하는 탈부착할 수 있는 LPCAMM(저전력 압축 부착 메모리 모듈)2 모델을 향후 모바일, PC, 데이터센터까지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