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용이 젊어진다. 국립무용단이 MZ세대 무용수들과 탈춤, 스트리트댄스,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등이 함께하는 흥겨운 춤판을 펼친다. 오는 31일부터 11월 3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선보이는 ‘2024 안무가 프로젝트’다.
국립무용단이 한국무용을 이끌어갈 신진 안무가를 양성하기 위해 기획한 공연이다. 지난해 12월 공모를 통해 선정한 국립무용단 단원 정길만, 이재화 그리고 유튜브 채널 ‘썬캡보이’를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엠넷의 댄스 경연 프로그램 ‘스테이지 파이터’에 출연해 대중에게도 이름을 알린 최종인이 객원 안무가로 참여한다.
이번 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올해 새로 추진하고 있는 국립예술단체 청년 교육단원들이 무용수로 출연해 눈길을 끈다. 한국무용은 물론 현대무용, 스트리트댄스, 재즈댄스 등을 전공한 20~30대 무용수 23명이 선배 무용가들과 합을 맞춰 참신한 무대를 펼칠 예정이다.
최근 국립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길만 안무가는 “청년 교육단원들의 다양한 생각을 접하면서 많은 자극이 됐다”며 “단원들에게 때로는 아버지, 때로는 친구 같은 역할을 해주면서 어떻게 하면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하며 작업하고 있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이재화 안무가도 “무용수가 달라진 만큼 기존 국립무용단 작품과 다른 공연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무용이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분방함도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흥미로운 작품은 최종인의 안무작 ‘휙’이다. ‘휙’은 ‘숏폼’(short-form) 콘텐츠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핸드폰을 휙휙 넘기는 모습을 보며 구상한 작품이다. 7개의 거울이 오브제로 등장해 현실과 핸드폰 속 비현실의 경계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국악과 EDM이 어우러진 음악에 맞춰 추는 다채로운 춤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최종인 안무가는 “첫인상으로 호감을 판단하는 ‘도파민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추석 특선영화처럼 의미를 억지로 찾지 않아도 즐겁게 볼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국립무용단 훈련장인 정길만의 안무작 ‘침묵하는 존재의 나약함’은 한국무용을 통해 사회 문제를 제기한다. 중동 어느 지역에서 히잡을 쓰지 않아 차별받는 여인,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그리고 이 모든 것에서 침묵하는 이의 아픔을 무대 위에 펼쳐 보인다. 정길만 안무가는 “우리가 의식하는 세계 속에는 다양한 질서가 존재하지만, 부지불식간에 드러나는 무의식이 사람을 괴롭힌다”며 “인간 내면에 있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어떻게 표현할지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국립무용단 단원 이재화는 농악의 칠채 장단을 변주한 ‘가무악칠채’를 통해 안무가로서의 재능을 인정받았다. 이번 공연에선 탈춤을 소재로 한 ‘탈바꿈’을 선보인다. 탈춤의 다채로운 움직임에 스트리트댄스의 요소를 가미해 지금 시대와 호흡할 수 있는 한국무용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국악과 대중음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거문고 연주자 박다울이 음악을 맡는다. 이재화 안무가는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담은 작품”이라며 “곤충이 애벌레, 번데기를 지나 진화하듯 한국무용이란 장르의 진화를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