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한국형 인공지능(AI) 개발 등에 2조 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미 MS나 구글, 오픈AI 등이 수백조 원을 들여 생성 AI 파운데이션(기반) 모델 시장 선두를 굳힌 상황에서 이들과 기반 모델로 경쟁하기보다는 협력을 통해 AI 전환(AX)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KT는 10일 오전 서울 중구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MS와 파트너십을 맺은 배경과 의미,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김영섭 KT 대표는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5년간 AI·클라우드 분야에서 협업하는 내용의 파트너십을 맺었다. 김 대표는 “그간 수백조 원 규모를 AI에 투자했던 빅테크들을 제치긴 어렵다”며 “AI가 모든 것을 휩쓸고 가는 쓰나미와 같은 상황에서, MS가 기업의 AI 적응을 돕는 역량과 기술, 솔루션 분야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해 협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양사는 ‘한국형 퍼블릭 클라우드’를 공동 개발할 예정이다. 내년 1분기 중 상용 버전을 공개하는 게 목표다. 그동안 공공·금융분야에선 물리적 망 분리 요건 등 규제가 있어 퍼블릭 클라우드(망을 분리하지 않는 일반적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었다. 다만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금융분야 생성 AI 활용을 제고하기 위해 망분리 규제를 단계적으로 합리화하겠다”고 밝히는 등 국내 규제 환경이 바뀌고 있는 추세다. 오승필 KT 기술혁신부문장은 “프라이빗 클라우드만 있으면 되지 않냐는 논의는 이미 종결됐다”며 “퍼블릭 클라우드로 넘어가지 않으면 세계적으로 혁신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는 건 수년 간 경험을 통해 모두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사 데이터에 KT와 MS 모두 접근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재 주요 대기업 2~3개, 금융권 1~2개 기업이 도입을 논의 중이다.
KT는 2029년까지 AI전환 관련 누적 매출이 4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KT와 MS는 GPT-4o 기반의 한국어 특화 모델도 만든다. 기존의 GPT-4o도 한국어를 잘 하지만, 이번에 양사가 개발하는 한국형 모델은 한국의 교과서와 백과사전, 신문기사, 문학, 신조어 등을 추가로 학습했다.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진행할 예정이다. 정우진 KT 컨설팅그룹장은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H200이 MS에 제일 먼저 공급되는데, 이를 한국에서는 KT와 함께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AI 경쟁에서 더 크고 성능 좋은 파운데이션(기반) 모델을 만드는 것 보다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메타의 라마(LLaMA) 시리즈 등 오픈소스로 공개되는 모델의 성능이 개선돼 GPT, 바드 등 폐쇄형 AI 모델에 견줄 수 있게 됐고, 이미 수백조 원을 들여 모델을 구축한 빅테크를 이제와서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라는 판단에서다. 오 부문장은 “생성 AI 시장에선 이미 오픈AI와 MS가 7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며 “파운데이션 모델 게임이 아니고, AI를 활용한 혁신과 이를 활용해 AI 회사가 될 수 있는지가 현재의 가장 큰 화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