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우리나라가 유럽 최대 R&D(연구·개발) 프로그램 ‘호라이즌 유럽’에 준회원국 자격으로 참여하는 가운데, 국제공동연구의 ‘가교’ 역할을 할 전문적인 매개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약 78조원에 이르는 지원금을 최대한 한국에 유리하게 활용하려면 연구자 간 네트워크 조성부터 기술이전까지 지원할 체계적인 인력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18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가 서울 중구에서 ‘호라이즌 유럽을 통한 국제공동연구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제461회 STEPI 과학기술정책포럼’을 개최한 가운데 유럽과 국제공동연구를 수행해 온 과학기술계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호라이즌 유럽 시작에 앞서 NCP(국가담당관)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NCP(National Contact Point)는 국제공동연구에 대한 법적·재정적 이해와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자와 유럽연합집행위를 연결해주는 전문 인력을 말한다. 한국이 호라이즌 유럽과 같은 대규모 다자간 공동연구에 준회원국 자격으로 처음 참여하는 만큼, NCP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는 의견이다.

실제 이명화 STEPI 연구위원 연구팀이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대학, 기업 소속 연구자 732명을 대상으로 호라이즌 유럽 프로그램의 인식 정도를 조사한 결과, 연구자들은 △해외 협력파트너 물색의 어려움 △연구기획 지원을 위한 지원조직(역량 부재) △대형 국제공동연구의 책임연구자로서의 기획 및 추진 경험 부족 등을 호라이즌 유럽 참여의 난관으로 꼽았다.

발표자로 나선 이 연구위원은 “호라이즌 유럽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다는 연구자는 전체 응답자의 68% 정도로, 특히 대학에선 응답자의 76%가 강한 참여 의지를 보였다”고 했다. 하지만 ‘호라이즌 유럽 참여를 위해 현재 얼마나 준비되어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준비돼 있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이 연구위원은 “대학의 경우 특히 연구 수행 지원 조직이 부재하고 유럽의 연구관리 방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24년 기준 호라이즌 유럽에서 가장 많은 연구비를 수혜한 독일의 경우, 연방교육연구부 NCP 조직이 있고 각 대학 및 연구 기관엔 EU 자문관이 상주할 정도”라고 했다. EU 자문관과 NCP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연구자에게 과제 신청 절차, 파트너 검색, 프로젝트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 이같은 NCP 제도는 호라이즌 유럽의 준회원국인 영국, 노르웨이, 이스라엘에서도 활발히 운영 중이다. NCP들은 정규직 전문가로 구성돼 연구자를 상시 지원한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국내 NCP 직군은 어떠한 보상 체계 없이 단순 정보전달자의 역할만 했는데 이같은 한계 때문에 엄청난 어려움을 호소한다”며 “호라이즌 유럽의 시작과 함께 NCP의 역할을 확대하고 이에 따른 보상 체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토론 패널로 참석한 김형하 한국표준과학연구원(표준연) 책임연구원은 “NCP를 주관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연구 과제에 인건비를 책정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NCP 인건비를 위한 사업 지원도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날 참석한 박석춘 과기정통부 구주아프리카협력담당관은 “독일, 노르웨이처럼 호라이즌 유럽에 오랜 기간 참여해온 국가의 NCP 제도는 이제 막 시작한 한국의 입장에선 머나먼 얘기일 수 있다”면서 “지원을 위한 근거 자료 등이 쌓이면 한국에 적합한 형태를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4121809201384259&NM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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