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첨단기술 패권 경쟁 심화가 과학기술 협력의 탈세계화와 진영화를 촉발하면서 ‘인공지능(AI) 외교’의 중요성이 급부상했지만 한국은 이를 전담하는 조직 규모가 경쟁국 대비 현저히 작은 실정이다.

6일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 AI 외교를 총괄하는 조직은 외교부 기후환경과학외교국 아래 국제과학기술규범과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국 단위의 과학기술외교 전담 조직을 신설하려 했으나 업무 중복성, 부처 간 주도권 다툼 등에서 밀려 과 단위 조직만 생겼다. 2023년 초 만들어진 1개 과에서 과장 포함 정원 7명이 AI, 우주, 퀀텀, 바이오 등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반면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 외교 부처는 신흥기술 분야 전담 조직과 관련 예산을 일찌감치 확대했다. 미국 국무부는 2022년 4월 사이버공간디지털정책국(CDP) 신설에 이어 2023년 1월 핵심신흥기술특사실을 만들었다. CDP 출범 당시 미 국무부는 국가사이버사고대응센터 및 국제기구 경력자 60명을 불러모았고, 30명의 전문가를 추가로 채용할 예정이라 밝혔다.

영국 외무부도 경제과학기술국을 2022년 6월 신설했고, 프랑스는 지난 9월 첫 AI 장관을 임명해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글로벌 AI 지수 10위권 밖이었던 프랑스는 올해 5위로 순위가 뛰어올랐다. 신설된 AI 및 디지털화 담당 국무장관은 정부 산하 스타트업 라프렌치테크 최고경영자(CEO)인 클라라 샤파즈가 맡았다. 스위스 외교부에도 번영 및 지속가능성국, 디지털화국 등 2개 국이 과학기술외교를 담당하고 있으며 과학외교특별대표 대사직이 있다.

지난달 유엔은 국제정치화된 AI 시대에 특정 국가가 AI 논의를 주도하는 것을 경계하며 유엔을 통한 다자 논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보고서를 냈다. 국제회의 참여에서 주무 부처인 외교부의 어깨가 무거워지는 셈이다. 한국사이버안보학회장인 김상배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는 AI 관련 컨트롤타워를 검토할 때 “기존 부서의 재조정 외에도 새로운 부서나 기관의 신설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안철수 의원(국민의힘)은 “AI 거버넌스 논의에서 우리 국익에 맞는 규범 정립 및 지지 확보라는 당면 과제의 중요성, 주요국 간 생성형 AI 주도권 경쟁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업무량에 비해 외교부 담당 조직 규모와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지난 2년간 꾸준히 제기했던 ‘과학기술사이버외교국’을 신설해 우리 과학기술이 국제표준이 되도록 지원하는 전담 조직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