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전력 인프라 확충 수요 증가로 국내 전선업계의 실적 호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술 유출 분쟁이 불거졌다. 국내 전선업계 1위인 LS전선의 해저 케이블 기술이 설계사무소를 통해 경쟁사에 넘어갔다는 의혹이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최근 대한전선 본사 사무실과 공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건축 설계업체 A사 관계자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왔다.

LS전선 동해사업장 전경. LS전선 제공

A사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LS전선의 강원 동해 케이블 공장 설계 프로젝트를 담당했고, 이후 대한전선의 충남 당진 공장 건설에 참여했다. 경찰은 A사 관계자가 LS전선의 공장 도면과 고전압 해저 케이블 기술과 관련 정보를 대한전선 공장 건설에 활용한 혐의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S전선이 보유한 해저용 고전압 송전 케이블은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스마트 그리드 산업과 해상풍력 발전 등에 주로 이용된다. 업계에 따르면 LS전선을 포함해 세계 6개 업체만 해당 케이블을 생산하고 있을 정도로 기술·생산 노하우가 필요한 분야다.

LS전선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대한전선의 기술 탈취는 명백한 범죄행위이며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내외에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LS전선은 “이번 사건의 핵심은 대한전선이 LS전선의 해저 케이블 제조 설비 도면과 레이아웃 등을 탈취했는지 여부”라며 “대한전선이 납품한 적 있다고 하는 해저 케이블은 1∼2㎞ 수준인데, 수십㎞의 수천t에 달하는 긴 케이블을 제조하고 운반하는 기술, 즉 설비 및 공장의 배치가 해저 사업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LS전선은 “대한전선이 A사에 먼저 연락해 수차례 설계를 요청했고, 계약금액이 LS전선의 2배가 넘는다고 한다”며 “또 LS전선의 다른 협력사들에게도 동일한 설비 제작 및 레이아웃을 위해 접촉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대한전선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긴 어렵다”면서도 “2009년부터 해저 케이블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고, 2016년 당진 공장에서도 해상풍력용 해저 케이블을 납품한 실적이 있다”고 반박했다. 해저 케이블 분야의 특수성에 대해서도 기술 노하우가 중요하긴 하지만 막대한 자금 등의 영향으로 일부 업체만 생산을 해왔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