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3월부터 도입하는 인공지능디지털교과서(AIDT)의 최종 검정심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실제 학교현장에서 교과서로 쓰일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한다. 국회에서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교과용 도서'(교과서)가 아니라 자율 선택할 수 있는 ‘교육자료’로 보는 법안이 관련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면서다.
29일 교육부는 내년 초등학교 3~4학년과 중1, 고1에게 적용되는 새 교육과정(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제작한 AIDT 검정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우선 적용 과목은 초등 3~4학년 영어·수학, 중·고 1학년 영어·수학·정보 총 8과목이다. 천재교육과 YBM, 비상교육 등 12개 출원사가 제작한 76종의 AIDT가 검정 심사를 최종 통과했다.
검정을 통과한 AIDT는 다음달 2일부터 학교에 공개된다. 기존 서책형 교과서와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교과서 선정 절차를 거쳐 내년 새학기부터 활용하게 된다.
AIDT가 검정 심사까지 마치고 실물 공개를 앞두고 있지만 교과서로서의 지위는 불안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전날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AI 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르면 교과용 도서의 정의와 범위를 서책과 전자책으로 제한하고, AIDT와 같은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한 학습지원 소프트웨어’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 자료로 직접 규정한 것이다.
교과서는 모든 학교에서 채택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교육자료는 학교장 재량에 따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법이 시행되면 AIDT 보급에 반대하는 시·도교육청과 학교장들이 도입을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추진해온 정책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AIDT는 현행 법령에 따라 ‘교과서’의 지위로 개발·검증됐다”며 “내년 3월 학교현장에 잘 안착될 수 있도록 교원 연수, 디지털 인프라 개선 등 많은 준비가 진행돼 현 시점에서 법적 지위가 변동되면 이에 따른 사회적 혼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육 자료는 ‘초·중등교육법’ 상 무상·의무교육에 따른 지원 대상이 아니어서 학생에게 비용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며 “교육 자료의 사용도 시도별·학교별 재정 여건 등에 따라 차이가 나타날 수 있어 교육 및 학습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육부는 아울러 교육 자료의 경우 국가 수준의 검정 절차 및 수정·보완 체계 등을 거치지 않아 내용과 기술적인 면에서 질 관리를 담보하기가 어렵다는 점과 ‘저작권법’에 따라 교과용 도서에 적용되는 규정을 적용받지 못해 다양한 저작물을 활용하는 것에 제한이 있다는 점 등을 들어 AIDT의 교과서 인정이 필수라는 입장이다.
야당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할 전망이다. 다만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 교과서의 지위는 유지할 수 있다. 재표결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가결되고, 3분의2 미달시 폐기된다. 야당이 모두 찬성한다는 전제를 둬도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최소 8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개정안이 가지고 있는 이런 문제점을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 과정에서 적극 설명해 AIDT가 교과서로서의 법적 지위를 가지고 교실 변화 및 공교육 혁신에 중요한 기제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