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가 지난 20일(현지시간) 취임 축하 무도회에서 오드리 헵번을 오마주한 드레스를 입어 논란에 휩싸였다. 이른바 ‘금수저’로서 헵번과 정반대의 삶을 살아온 그가 해당 드레스의 상징적인 의미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이방카는 이날 오프숄더 형태에 밑단이 넓게 퍼진 드레스를 입고 무도회에 등장했다. 흰색 원단에 검은색 꽃 자수가 더해져 빈티지한 매력이 돋보이는 드레스였다. 이는 헵번이 영화 ‘사브리나(1954)’에서 입었던 의상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헵번은 드레스에 흰색 장갑을 매치했지만, 이방카는 검은색 장갑을 선택했다는 점만 달랐다.

영화 속 헵번의 드레스는 그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췄던 디자이너 ‘지방시’가 제작했다. 해당 드레스는 운전기사의 딸로 노동자 계층에 속하는 여주인공이 상류 사회의 중심으로 변신하는 순간을 상징한다. 미국 패션잡지 ‘보그’는 지난 22일 한 기사에서 해당 장면을 “헵번이 연기한 캐릭터가 파리에서의 시간을 통해 ‘세련된 백조’로 변모하는 과정을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방카의 드레스를 두고 헵번의 팬과 일부 매체는 혹평을 쏟아냈다. 이방카와 헵번이 정반대의 삶을 살아온 점, 헵번의 정치적 지향성 등을 고려할 때 이방카가 헵번의 상징적인 드레스를 그대로 차용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보그는 “이방카가 헵번의 스타일을 차용한 것은 ‘블랙 코미디’ 수준”이라며 “특히 헵번이 나치 점령 하의 네덜란드에서 굶주림을 겪었던 사실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고 비판했다. 헵번은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2차 세계대전 당시 피난 생활을 하며 극심한 굶주림을 겪었다. 또 나치에 맞서는 네덜란드 저항군을 도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배우에서 은퇴한 이후엔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인권운동과 자선활동을 위해 힘썼다.

미국 ‘글래머’도 “‘금수저’인 이방카가 (해당 드레스를 입은 것은) 과도하고 부조화적”이라며 “헵번에게 헌사를 바친다는 의도조차도 참신함이 부족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방카가 해당 드레스의 상징적인 의미를 재해석한 것이 아닌, 그대로 따라한 것을 비판하는 시각도 있었다. 헵번은 할리우드 스타들 사이에서 여러 차례 오마주된 ‘스타일의 아이콘’이다. 그러나 이방카에 앞서 오마주에 나섰던 스타들은 헵번의 스타일을 재현하기보다 자신의 스타일을 더해 재해석하는 방식을 택했다.

보그는 “켄달 제너가 2021년 멧 갈라에서 입은 스팽글 드레스처럼 헵번 스타일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한 예가 좋은 사례”라며 “이방카는 지방시에게 (헵번의 드레스를) 복제해달라고 요청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헵번의 유산은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신중하고 숙고된 경의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헵번의 팬들도 비판을 쏟아냈다. 한 팬은 미국의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이건 헵번에 대한 모욕”이라며 “헵번은 화려한 배우이기 이전에 이방카의 아버지가 추구하는 정치적 운동에 반대하는 인사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팬도 “헵번은 이방카의 금수저적인 삶과 완전히 반대되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헵번의 장남인 숀 헵번 페러는 영국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특별한 순간(취임식)과 어머니의 32주기, 무엇보다 마틴 루터 킹의 날(매해 1월 셋째주 월요일)을 맞아 어머니의 영감을 받았다는 것은 당연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데일리메일은 숀이 헵번의 정치적 신념과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일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암시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방카는 백악관을 통해 낸 성명에서 “이 드레스를 제작해 준 지방시 팀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며 “헵번은 제게 오래도록 개인적인 영감의 원천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헵번의 유산을 기릴 수 있는 것을 특권으로 여긴다”고 밝혔다.

https://n.news.naver.com/article/214/0001402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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