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중국에서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에 항의해 전국적으로 벌어진 백지시위를 다큐멘터리로 만든 중국인 감독이 3년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미국 CNN과 자유아시아방송 등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다큐멘터리 ‘우루무치중루’(영어제목 Not The Foreign Force)의 감독 천핀린(33)이 지난 6일 상하이 바오산 법원에서 공공소란죄로 3년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공공소란죄는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들을 처벌할 때 흔히 적용하는 죄목이다. 검찰은 “천 감독이 온라인에서 거짓 정보를 퍼트렸고 이를 통해 국가 지도자를 모욕하고 국가 이미지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우루무치중루’는 77분 길이의 다큐멘터리로 2022년 11월 말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 등 전국 각지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전면 봉쇄에 반대하며 일어난 백지시위를 다뤘다. 같은 달 24일 신장 우루무치의 봉쇄된 고층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1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 계기였다. 이틀 뒤인 26일 상하이의 거리인 우루무치중루에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들은 화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봉쇄 해제를 요구했다.

시위는 상하이와 광저우, 베이징, 시안 등 중국 전역으로 확산했고 시민들은 당국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아무것도 쓰지 않은 A4 종이를 들고 거리로 나왔다. 시위대가 공산당과 시진핑 주석의 퇴진까지 요구하자 중국 당국은 1주일 만에 봉쇄를 완화하고 위드 코로나 정책을 발표했다.

우루무치중루 시위 현장에 있었던 천 감독은 이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백지시위 1주년인 2023년 11월 26일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했다. 영상에는 시위대가 시 주석의 퇴진을 요구하는 장면도 담겼다. 공안 당국은 약 1주일 뒤 천 감독을 체포했고 지난해 2월 기소했다. 천 감독의 엑스와 유튜브 계정은 삭제됐다.

미국의소리(VOA)는 인권사이트인 민생관찰을 인용해 천 감독의 과거 인터뷰 내용을 소개했다. 천 감독은 “중국에서 정치적 행사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정치적 요구를 외친 것도 처음”이라며 “중국 정부는 사실을 왜곡해 진실을 모르는 많은 사람이 상하이 시위와 백지시위가 모두 외세의 소행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내에 갈등이 생기면 왜 늘 외세에 책임을 돌리느냐”면서 “정부가 진실을 왜곡하고 망각을 조장할수록 우리는 더 목소리를 내고 더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큐멘터리의 영어 제목에는 이런 문제의식이 담겼다.

https://media.naver.com/journalist/005/36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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