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의 유가족이 고인의 지인과의 연락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사망자의 디지털 기록과 개인정보 접근권을 일부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용자가 사망하기 전 작성하거나 보관·관리한 디지털 자산을 유족 등에게 상속하는 이른바 ‘디지털 유산 상속’ 제도 도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용자가 생전에 사후 계정 운영 방식과 데이터 상속 여부를 미리 선택할 수 있도록 사업자가 다양한 옵션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카카오톡과 네이버 등에 저장된 고인의 지인 연락처를 포함한 개인정보를 유족에게 제공할 수 있는지 관련 기업과 검토하고 있다. 지난 3일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이 장례 절차에 앞서 휴대폰 파손 등의 이유로 고인의 지인에게 부고를 전할 방법이 없다며 정보 제공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고인의 개인정보를 제삼자에게 넘기는 것은 위법일 수 있다는 게 개인정보 전문가와 법조계의 중론이다. 사업자가 사전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타인에게 제공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가입 약관에 대부분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개인 디지털 기록의 사후 처분 권리 보장은 확대 추세에 있다. 지난 10년 사이 애플·구글·메타 등은 계정 주인이 사망하거나 장기간 이용하지 않을 경우 등을 대비해 계정 정보에 접근할 관리자를 지정하도록 하는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미국은 50개 주 중 47개가 넘는 주에서 채택한 통일신탁접근법, 유럽은 각국 법원 판례 등을 통해 디지털 유산의 상속권을 인정하고 있다. 우리는 21대 국회에서 소셜미디어(SNS) 이용자가 사후 공개할 정보와 이를 관리할 대리인을 미리 지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으나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부 교수는 “법안을 통해 가입 단계부터 사망 후 개인정보 관리 방안 등을 이용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공개 범위 등을 법·제도로 일괄 규정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해외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채택한 ‘유산 관리자’ 제도를 네이버·카카오 등도 도입하도록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재 네이버에서는 유족 요청에 따른 공개 정보 백업, 카카오는 추모 프로필 보존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지정된 대리인에 의한 계정 개인정보 관리 옵션은 제공하고 있지 않다.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0025223267&code=61122026&sid1=soc&cp=nv1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