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법상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를 도입했다고 해서 해외 게임사의 ‘먹튀’라든가 ‘확률형 아이템 표시 위반’ 같은 걸 모두 해소할 수 없는 건 너무나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의미가 있는 이유는 지정제가 있고 없고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용자 및 규제 분쟁 해결 실무의 최접점에서 현실적인 과제들을 풀어가기 위한 단초가 마련될 수 있다는 겁니다.”
오지영 한국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상임위원은 5일 서울 중구 CKL기업지원센터에서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개최한 제2회 게임이용자 소통 토론회에서 ‘국내 대리인 지정제도 도입에 따른 시행령 개정 방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내년 10월 시행을 앞둔 국내 대리인 지정제도는 해외 게임사가 국내 주소지나 영업소를 두지 않으면 국내 대리인을 지정해 소비자 보호, 법적 의무 이행, 분쟁 해결 등을 지원하도록 규정한 제도다. 그동안 해외 게임사는 확률 조작, 급작스러운 서비스 종료(먹튀) 등 국내 이용자를 기만하는 행태를 보여왔지만 마땅한 처벌 방법이 없었다. 그런 탓에 숱하게 ‘배짱 운영’을 하다가 사업을 철수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날 오 변호사는 게임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대리인 지정 제도의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게임은 국경 없는 문화 콘텐츠 산업이라 특수성을 띤다”면서 “게임은 소비자의 정서적 만족을 추구하는 상품으로 사업자와 이용자 간 소통이 중요한 만큼 이용자가 불만이나 문의사항을 확인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센서타워의 ‘2023년 한국모바일게임시장 인사이트’ 보고서를 인용해 “현재 국내 게임 산업 매출의 42%를 해외 게임사가 차지하고 있고 (앱 마켓) 상위 10개 게임 중 5개가 외산 게임이라는 점에서 해외 게임사에 대한 규제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오 변호사는 “게임은 상품, 거래 행위 자체가 워낙 수평적이고 관념적으로 이루어지는 특성이 있다. 적용되는 법이나 제도도 관념적인 특징을 가지기 때문에 어떤 분쟁을 제기하고 진행하는 단계에서 관념적인 장치들이 작동할 수 없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면서도 “대형 해외 게임사보다 소규모 해외 사업자들에 의한 소비자 피해 비율이 높다. 이를 해결할 국내 창구가 없어 피해 구제가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행 게임산업법 시행령에 대해 “규제 대상이 되는 사업자를 매출액과 이용자 수 같은 정량적 기준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이는 오히려 소규모 해외 사업자들이 유발하는 소비자 피해를 간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서 “법적 실체가 없는 해외 사업자를 대상으로 행정제재를 집행하는 건 여전히 어려움이 크다. 제재를 위한 실질적 수단과 대리인에 대한 명확한 역할 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 변호사는 게임산업법 시행령에서 정량적 기준과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이 외에도 게임 서비스의 성격이나 소비자 피해 가능성을 고려한 정성적 기준을 추가해 의무자 범위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 대리인 지정제도가 기존 전자상거래법과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해 법적 충돌 없이 효과적인 규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내 대리인 지정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지속적인 계도와 실효성 있는 법 집행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강단에 선 김윤정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대리인 지정제도와 관련해 실증조사 사례를 언급하면서 “국내 대리인이 이용자 보호를 제대로 달성할 수 있도록 올바른 국내 대리인 표시 방법에 관한 방침을 마련하고 위반 시 제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 대리인 업무가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 규제 당국의 감시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태건 게임물관리위원장은 “국내대리인 제도가 내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면 해외 게임물에 대한 이용자 구제가 보다 수월해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