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메이플스토리’의 확률형 아이템 조작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넥슨코리아를 상대로 소송한 이용자에게 구매 금액 일부를 환불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동일 사안으로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결정 및 한국소비자원(소비자원) 집단분쟁조정에서 피해 보상 결정까지 나온 가운데 업계는 행여 불똥이 튈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28일 이용자 A씨가 넥슨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매매대금반환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넥슨의 기망을 이유로 매매계약 취소를 인정하면서, 취소할 수 있는 매매계약 범위를 전체 대금의 5%로 제한해 약 57만원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사건은 메이플스토리의 ‘보보보’ 사태로 불린다. 넥슨은 2011년부터 메이플스토리 캐릭터의 능력치를 올려주는 확률형 아이템 ‘큐브’를 판매하면서 5개 옵션 중 3개가 무작위로 배정된다고 밝혔다. 이용자들은 특정 옵션이 3개 연달아 나오도록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했으나, 넥슨은 특정 옵션이 최대 2개까지만 나오도록 설정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앞서 지난 9월 공정위와 소비자원은 메이플스토리 게임 내 확률형 유료아이템에 관한 집단분쟁조정이 성립됨에 따라 피해 보상 명목으로 넥슨코리아가 피해 이용자 80만명에게 219억원을 보상하라는 조처를 내린 바 있다. 2007년 집단분쟁조정이 도입된 이래 보상이 지급되는 첫 사례이자, 역대 최대 규모였다.
올해 1월에는 공정위가 넥슨이 메이플스토리, 버블파이터에서 판매하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고도 이를 알리지 않고, 잘못되게 알린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16억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이 역시 전자상거래법 과징금 중 최대 규모다.
이에 넥슨 관계자는 “소비자원의 집단분쟁 조정안도 받아들이고 분쟁조정을 신청하지 않은 이용자들께도 보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용자의 신뢰 회복과 더 나은 게임 서비스 제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에 게임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은 그간 국내 게임사의 핵심 BM(비즈니스모델)였고, 게임 장르에 따라 꼭 필요한 서비스다. 넥슨뿐만 아니라 크래프톤, 웹젠, 컴투스, 위메이드 등의 게임사들도 확률형 아이템 이슈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은 만큼, 넥슨처럼 과징금과 소비자 보상 책임까지 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소비자의 부정적인 인식이 커진 ‘확률형 아이템 탈피’도 무거운 숙제다. 최근 게임업계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배제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지만, 그만큼 수익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등 경쟁 요소를 가미한 게임 장르에 확률형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확률형은 배틀패스 등 다른 BM에 비해 수익도 높기 때문에 게임사 입장에선 완전히 배제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착한 수익모델 혹은 무과금으로 칭찬받는 게임을 만들 수 있지만 다양한 부분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딜레마”라고 덧붙였다.
한편 2003년 출시된 메이플스토리는 캐릭터를 육성해 능력치를 높이고 몬스터를 사냥하는 온라인 PC게임이다. 전 세계 110여개국에서 서비스되고 있으며, 글로벌 누적 회원 1억9000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메이플스토리와 메이플스토리M(모바일게임)은 글로벌 서비스를 통해 2019년 이후 지금까지 해외 누적 매출액 2조원을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