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의 우주기업 스페이스엑스가 화성에도 지구의 스타링크와 같은 군집위성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스타링크는 스페이스엑스가 지구 저궤도에 구축하고 있는 우주인터넷 위성망으로 지금까지 약 7천기의 위성이 발사됐으며 현재 100여개국 400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스페이스엑스는 지난 7일 나사(미 항공우주국)에서 열린 화성 탐사 프로그램 분석 그룹 설명회에서 이런 제안을 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나사가 ‘차세대 연결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요구한 조건은 지구∼화성의 평균 거리인 2억2500만km(1.5AU,1AU=지구∼태양 거리) 거리에서 4Mbps 이상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4Mbps는 1초에 약 500KB(킬로바이트)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속도다. 8초 안에 음악 파일 한 곡(4MB), 10초 안에 고화질 사진 한 장(5MB)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고화질 영상 스트리밍은 어렵지만 일반적인 인터넷 사용에는 충분한 수준이다.
가칭 마스링크(Marslink)라는 이름의 이 군집위성은 스타링크의 레이저 통신 기술을 활용한다. 마스링크 위성은 데이터 전송 뿐 아니라 화성 사진 촬영이나 관측에도 활용할 수 있다.
스페이스엑스가 화성 저궤도 인터넷망 구상을 밝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머스크는 2020년 이미 화성협회 행사에서 이 개념을 설명한 바 있다. 화성협회는 미국의 우주항공 공학자 로버트 주브린이 화성 유인 탐사와 정착을 목표로 설립한 단체다.
머스크는 화성에 인류 정착촌을 만드는 것을 우주사업의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최대 100명이 탈 수 있는 초대형 우주선으로 100만명을 보내 화성을 제2의 지구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 개발 중인 역대 최강의 로켓을 갖춘 스타십이 바로 그 우주선이다.
마스링크는 머스크의 화성 정착촌 건설 계획과 잘 맞아떨어지는 통신 인프라다. 머스크는 소셜미디어 엑스를 통해 “마스링크는 아주 기본적인 첫 단계일 뿐이며 지구와 화성은 궁극적으로 초당 페타(1페타=1000조)비트 이상의 연결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 9월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일련의 화성 여행 또는 탐사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르면 일단 2년 안에 약 5대의 무인 우주선을 화성에 보내는 것이 1차 목표다. 우선 첫번째 시도에선 우주선이 손상을 입지 않고 화성 표면에 착륙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화성은 대기가 희박해 낮과 밤의 온도 차이가 크다. 또 대기가 건조해 먼지폭풍이 쉽게 일어난다. 특히 지구일 기준으로 약 5년 반에 한 번 정도는 화성 전역이 먼지폭풍에 휩싸이기도 한다. 또 중력이 지구의 3분의 1에 불과해 착륙시 하강속도 조절에 실패할 위험이 크다. 이런 악조건을 극복하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머스크는 5차례의 무인 착륙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4년 안에 화성 유인 착륙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계획이 성사되면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당선에 기여한 데 이어 트럼프 임기 중에 또 하나의 큰 선물을 안겨주게 된다. 그는 그러나 차질이 빚어지면 2년 더 늦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머스크는 “지구에서 화성으로의 여행은 행성이 일렬로 정렬되는 2년마다 가능하다”며 ”착륙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앞으로 스페이스엑스는 기회가 올 때마다 화성으로 여행하는 우주선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의 당시 게시글은 그가 트럼프 당선을 위해 왜 그렇게 열심히 뛰었는지 잘 드러내 준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우주 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화성에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러러면 화성으로 가는 우주선이 수천대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지만 스타십 프로그램은 매년 높아져만 가는 정부 관료주의 산에 눌려 질식되고 있다”며 화성 청사진 구현의 가장 큰 걸림돌로 관료주의를 꼽았다. 예컨대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고속철도에 수년간 약 70억달러를 투자했지만, 보여준 것은 콘크리트 1600피트(0.5km) 구간뿐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관료주의는 미국의 모든 대형 프로젝트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민주당 행정부 아래에서는 더 커져 화성 프로그램을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선거운동 기간에 약속한 대로 그를 정부효율성부(DOGE) 수장으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설명회에선 블루오리진과 록히드마틴도 각기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이끄는 블루오리진은 현재 개발 중인 궤도간 운반선 블루링을 이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블루링은 운송, 연료 보급과 함께 데이터 전송과 우주 클라우드 컴퓨팅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록히드마틴은 2014년부터 화성을 돌고 있는 궤도위성 메이븐을 사용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화성의 대기 손실을 연구하는 이 우주선의 궤도를 통신이 가능한 궤도로 옮기면 나사의 심우주 무선 통신망인 ‘딥 스페이스 네트워크’(Deep Space Network)와 유사하게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사는 내년까지 세 업체 관계자들과 논의를 계속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