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는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가장 즐겨 찾는 채소 가운데 하나로 샐러드나 소스 등 다양한 음식의 재료로 쓰인다. 2020년 기준으로 전 세계 생산량이 1억8700만톤에 이른다. 세계 10대 슈퍼푸드 가운데 하나로 꼽힐 만큼 비타민과 항산화 물질, 각종 무기질 등 영양 성분도 풍부하다. 그런데 토마토에서 소비자들이 꼽는 단점 가운데 하나가 당도가 낮다는 점이다.

토마토가 이런 특성을 갖게 된 건 육종을 통한 품종 개량 과정에서 단맛보다는 큰 토마토를 우선한 결과였다. 그 결과 단맛을 희생하고 야생종보다 10~100배 더 큰 과일을 얻을 수 있었다. 토마토 육종의 목표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이지만 전통적인 육종 방법으로는 어려웠다.

중국 과학자들이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토마토의 무게나 수확량을 줄이지 않고도 당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다.

중국농업과학원 선전통업유전학연구소 연구진은 당도에 관여하는 2개의 유전자를 발견하고, 이를 불활성화하자 당도가 최대 30% 높아지는 걸 확인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우선 단맛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찾아내기 위해 다양한 품종의 재배종과 야생종을 비교했다. 그 결과 SlCDPK27과 SlCDPK26이라는 두 개의 밀접한 유전자가 자당 합성 효소를 분해하는 단백질을 만든다는 걸 발견했다. 이는 토마토에 과당과 포도당이 축적되는 걸 방해한다. 자당은 포도당 한 분자와 과당 한 분자가 결합해 만들어진 이당류다.

연구진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두 유전자 중 SlCDPK27의 염기 6개를 제거했다. 이로 인해 이 유전자가 작동하지 않게 되자 토마토의 과당과 포도당 수치가 크게 증가하는 걸 확인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교정해야 할 유전자 정보를 담고 있는 가이드RNA와 DNA 염기를 절단하는 효소 단백질(카스)로 이루어져 있다. RNA가 유전자를 교정할 부위로 효소 단백질을 안내하고, 효소 단백질은 가위처럼 염기를 잘라낸다.

유전자 편집한 토마토를 재배한 결과, 수확량에는 변화가 없었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시식회에서도 기존 토마토보다 더 달콤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씨앗 크기가 작아지고 수가 적어졌지만 씨앗의 발아율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단맛이 강해지면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것 말고도 토마토 케첩에 들어가는 토마토 양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연구진은 “몇몇 기업과 협력해 이 유전자를 제거한 품종을 개발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아직은 초기 단계”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또 두 유전자가 다른 다양한 식물 종에도 존재한다는 걸 발견했다. 따라서 이번에 사용한 방법을 다른 작물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주입하는 유전자변형작물(GMO)과 달리, 내부의 유전자를 교정한 것은 유전자편집작물(GEO)라고 부른다.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등에서는 둘을 구별해 유전자 편집 작물의 재배와 시판에 대해서는 훨씬 더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예컨대 일본 식약처는 2019년 10월 유전자조작 식품 신고제를 도입해, 새로운 유전자를 추가하지 않은 유전자편집 식품에 대해선 안전성 시험을 면제해줬다. 일본 당국은 이에 근거해 2021년 혈압 상승을 억제하는 가바(감마-아미노부티르산) 함량이 일반 토마토보다 4~5배가 많은 유전자편집 토마토의 시판을 세계 처음으로 승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