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함께 찾아오는 게임 축제 ‘지스타’가 올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습니다. 각양각색의 신작들이 전국 각지에서 부산 벡스코로 모인 관람객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고 정식 출시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국내 게임산업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던 ‘지스타 2024’를 인공지능(AI), 세계관, 멀티 플랫폼 등 3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봤습니다.

게임이 인공지능(AI)을 만나면

지난 15일 지스타 현장에서 내년 3월 앞서 해보기 버전 출시를 앞둔 크래프톤의 인생 시뮬레이션 PC 게임 ‘인조이’를 체험해봤습니다. 어린 시절 같은 장르의 ‘심즈’(미국 맥시스가 개발하고 EA가 유통)를 즐겨했던 만큼 관심이 갔죠. 첫선을 보였던 지난해 지스타 때보다 완성도를 높여 출품했다고 합니다.

가장 먼저 사실적인 그래픽이 눈에 들어옵니다. 외모, 스타일, 기질 등 다양한 커스터마이징(맞춤제작) 선택지를 갖춘 캐릭터 스튜디오에서 캐릭터를 만든 뒤 서울을 본떠 만든 가상도시 ‘도원’ 속 2층짜리 건물에 입주했습니다. 집은 은행, 치과, 미용실 등의 간판이 걸린 빌딩 숲에 있었습니다. 카페, 편의점, 분식점, 지하철역 출구, 주차장 입구의 관리실과 차단기까지 서울 도심을 현실감 있게 구현했습니다.

행인들에게 말을 걸며 관계를 쌓고 산책을 즐기다 보니 배고픔 수치가 높아졌습니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경고를 보고는 서둘러 ‘집에 가기’ 버튼을 눌렀습니다. 캐릭터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냉장고를 열고 만두를 꺼내 먹었습니다.

인조이의 특징 중 하나는 생성형 AI 기술을 이용해 이용자의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3차원(3D) 프린터’ 기능입니다. 앞모습만 나온 고양이 이미지를 입력하니 AI가 옆면과 뒷면을 예측해 자동으로 3D 아이템을 만들어줬습니다. 실제 반려 고양이 이미지를 넣어 게임 속 공간에 배치할 수 있는 셈입니다. AI 기술을 통해 NPC(플레이어가 조종하지 않는 캐릭터)가 정해진 행동만 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달리 행동하도록 게임을 고도화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두근두근 어둠의 불길의 힘으로, 당신은 영원히 나의 쇠창살이 되라고 명령합니다!” 야외 행사장에선 때아닌 ‘마법 주문’ 대결이 펼쳐졌습니다. 크래프톤 산하 렐루게임즈가 개발한 ‘마법소녀 루루핑’ 부스였습니다. 이용자가 마법소녀가 되어 마이크에 주문을 외치는 방식으로 적을 상대하는 독특한 게임입니다. 자체 개발한 AI 음성 인식 기술이 목소리 크기, 발음, 감정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상대에게 얼마나 많은 손상을 입혔는지 계산합니다. 민망함을 이겨내는 자가 승리할 수 있습니다.

‘유니버스’ 구축하고 플랫폼 늘리고

지식재산(IP)의 세계관을 확장하려는 움직임도 돋보였습니다. 넥슨이 선보인 신작 5종 가운데 ‘퍼스트 버서커: 카잔’과 ‘오버킬’은 회사의 대표작 ‘던전앤파이터’ 세계관을 공유하는 액션 게임입니다. 내년 상반기 출시를 확정한 ‘퍼스트 버서커: 카잔’은 던전앤파이터의 캐릭터 카잔이 주인공입니다. 오버킬은 세계관을 이어가면서도 독자적인 스토리 라인을 구축하고 전방향 액션을 3D 그래픽으로 구현했습니다.

한 가지 플랫폼에만 머물지 않고 PC, 모바일, 콘솔(전용 게임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을 제공하는 ‘멀티 플랫폼’ 전략도 업계 트렌드입니다. 지스타에서 소개된 넥슨의 카잔과 펄어비스의 ‘붉은 사막’이 PC와 콘솔 플랫폼에서 혼자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현장을 찾은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요즘 나오는 게임의 30∼40%가 멀티 플랫폼일 정도로 멀티플랫폼 전략이 일반화되고 있다”며 “넷마블이 개발하는 게임 70∼80%가 멀티 플랫폼 전략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방 의장은 또 하나의 전략으로 ‘트랜스 미디어’를 제시했는데요. 하나의 이야기를 영화, 게임, 웹툰 등 다양한 매체로 전달하는 것을 말하는 개념입니다. 넷마블은 이번 행사에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IP를 이용한 신작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를 공개했습니다. 이 게임 역시 모바일·PC를 포함한 멀티 플랫폼으로 출시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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