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산업이 규제 당국에 일일이 물어가면서 게임을 서비스하다 보니 결국 기발한 창작이나 수익모델(BM)이 안 나오게 됩니다.”
정호선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31일 서울 강남에 있는 화우 사무실에서 ‘게임법과 사회질서 지나치게 묘사하면 위법인가요’라는 주제로 열린 제5회 게임 대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정 변호사는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게임물 등급분류가 필수적이진 않다고 단언했다. 그는 “단지 자체등급분류가 법정등급분류의 틀 위에 얹혀 있는 형국이라 법정등급분류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면서 “법현실에 맞게 법을 수정해야 하는 문제일 뿐 법정등급분류 존재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게임물 등급분류가 효용은 있으나 폐해도 크다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게임이 통제되면서 국민과 청소년을 보호했고 청소년유해매체물지정을 막는 효용이 있지만, 그 효용이 달성하고 있는지에 의문이 많다. 반면 훨씬 많은 폐해가 법정 등급 분류 제도에 의해서 파생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게임장, 불법 PC방 등 사행성 규제의 취약점은 여전하다. 웹툰, 영화, 비디오물 등 비게임콘텐츠와 게임 콘텐츠를 비교했을 때 선정성·폭력성 표현의 수준이 큰 차이가 있어 일관성이 떨어진다”며 “가장 중요한 건 산업 경쟁력이 저하된다. 게임은 콘텐츠이기 때문에 창의성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게임 등급 분류 폐지 시 청소년 보호 등 우려되는 사회적 부작용을 통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당 제도를 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청소년 보호 때문인데 자체 등급 분류로도 청소년 보호가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청소년은 애당초 법정대리인 동의가 있어야 게임을 이용할 수 있고 정해진 등급 연령에 따라 본인인증을 거쳐 이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행성 게임물과 같은 청소년도박콘텐츠는 법정등급 분류가 있든 없든 그 자체로 존재한다. 법정등급분류 없어지면 PC 온라인게임의 선정성·폭력성과 관련한 청소년 연령등급을 관리하는 시스템만을 구축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 변호사는 물리적 장소에 기반을 둔 아케이드 게임의 법적등급분류는 필요하다며 “아케이드 게임은 사전 장소적 통제가 되지 않으면은 규제가 유명무실해지기 때문에 장소적 규제가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일일이 뭔가 단속하는 게 어려우므로 당연히 사전 통제 시스템도 병행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정 변호사는 “게임물은 표현물인데 콘텐츠의 합법 여부를 공공기관이 사전에 판단하는 건 통제국가의 발상에 가깝다”며 “정보통신망 게임에도 법령위반 여부를 판단하고 자체등급분류 감독을 위해 게임위의 전문적 역량이 필요하지만, 사전통제가 아닌 사후규제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곧이어 강단에 선 정정원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는 ‘사회질서와 건전한 게임문화’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현행 게임산업법은 ‘건전한 게임문화’의 형성이라는 지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화 및 문화산업에 대한 모든 규범의 기본적 입장은 창조성과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음에 반해 게임산업에 대해선 반대의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