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선은 세계 인구의 2~3%에 해당하는 1억2천만명 이상을 괴롭히고 있는 흔한 피부 질환 가운데 하나다.
주로 성인한테서 생기며, 피부 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해 붉고 비늘 같은 각질이 생기는 피부 질환으로 가려움증과 통증을 동반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준다. 새로운 피부 세포가 자라서 오래된 피부 세포를 대체하는 데는 보통 최대 30일이 걸리는데 건선 피부에선 이 기간이 3~4일로 단축된다. 건선은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 악화되다가 잠시 가라앉는 주기를 거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정확한 발생 기제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로선 유전적 요인이나 면역체계 이상, 스트레스 같은 환경적 요인, 당뇨 같은 대사 질환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최근 유럽 피부병리학 및 성병학회(EADV) 연례회의에서는 생쥐의 인간 피부 이식 실험을 통해 스트레스가 면역세포의 염증 반응을 일으켜 건선으로 이어지는 사실을 확인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생쥐에게 소음 스트레스를 준 결과 14일 이내에 모든 표본 조직에서 건선 병변이 발견됐다. 영국에서는 미세먼지, 이산화질소,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 물질이 건선 위험과 연관돼 있다는 2006~2020년의 장기 추적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배스대가 중심이 된 국제 연구진이 헵시딘이란 호르몬이 건선을 유발하는 근본 원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헵시딘은 포유동물의 몸에서 철분 수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다.
철분은 혈액을 통해 산소를 운반하고 건강한 피부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물질이다. 상처 치유와 콜라겐 생성, 면역 기능에도 관여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은 철분은 자외선에 의한 피부 손상을 악화시키고 세포 과다증식에 따른 만성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건선도 세포 과다증식 질환 가운데 하나다.
수십년 전 건선 환자의 피부에서 철분 수치가 높게 나온다는 연구가 있었지만 그 원인이나 건선과의 연관성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철분 수치와 건선을 잇는 연결고리로 헵시딘에 주목했다.
헵시딘은 음식에 있는 철분을 흡수해 몸으로 방출하는 양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보통은 간에서 생성되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건선 환자의 경우 피부에서도 이 호르몬이 생성된다는 것이 드러났다.
연구진은 생쥐 실험을 통해 헵시딘 수치가 높아진 생쥐가 건선이 생기는 것을 확인했다. 호르몬 과다로 피부세포에 철분이 많아지자 피부세포가 과다 증식하고 피부 최상층에 염증을 유발하는 면역세포인 호중구가 급증했다. 이는 건선 질환의 주요 특징이다.
연구진은 건선 환자의 피부 생검 분석을 통해 표피의 각질세포에서 높은 헵시딘 수치를 확인했다. 특히 작은 물집이 생기는 농포성 건선(PP)에서 헵시딘 수치가 높게 나왔다.
현재 뚜렷한 건선 치료법은 없다. 건선 부위에 크림을 바르거나 광선을 쬐는 등의 방법으로 증상을 완화하는 정도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확인한 헵시딘을 표적으로 한 약물이 확실한 건선 치료법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농포성 건선의 치료 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