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 할리우드 배우 줄리앤 무어, 영국 인기 록밴드 라디오헤드 멤버 톰 요크 등 세계적 문화예술인이 문화예술 작품을 무단으로 활용한 인공지능(AI) 학습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이들은 23일 현재 “생성형 AI 학습을 위해 창의적 작품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해당 작품을 만든 사람의 생계에 중대하고 부당한 위협”이라며 “결코 허용돼서는 안 된다”는 공동성명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온라인으로 서명을 받고 있는 이 성명에는 전설적 스웨덴 팝그룹 아바의 비에른 울바에우스, 할리우드 배우 케빈 베이컨, 멀리사 조앤 하트, 케이트 맥키넌, 코미디언 로지 오도넬, 미국 소설가 제임스 패터슨 등의 이름도 등장했다
미국음악가연맹과 미국 배우노조, 유럽작가위원회 등의 단체들도 서명에 참여했다. 현재까지 1만500명 넘는 이름이 올라왔다.
이 성명은 AI 기업들에 대항해 창작자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페얼리 트레인드(Fairly Trained)’의 대표이자 작곡가인 에드 뉴턴-렉스가 주도했다. 스태빌리티 AI의 오디오 책임자였던 그는 지난해 사임했다.
뉴턴-렉스 스태빌리티 AI 재직 당시 AI 모델을 훈련시키는 데 데이터를 무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소유자의 허가가 필요하지 않은 ‘공정 이용’에 해당한다는 회사의 주장과 대립했다.
생성형 AI 학습에는 사진, 영상 등 다양한 데이터가 필요한데 이것을 동의나 보상 없이 인터넷에서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뉴턴-렉스는 “생성형 AI 회사가 AI 모델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세 가지 주요 자원은 사람, 컴퓨팅, 데이터”라며 “앞 두 가지엔 엔지니어당 백만 달러, 모델당 최대 십억 달러 등의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면서 세 번째 자원인 훈련 데이터는 무료로 가져오려 한다”고 비판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이 전했다.
그는 “우리가 얘기하는 것은 글, 미술, 음악 등 사람들이 만든 창작물”이라며 “AI 회사가 이를 ‘학습 데이터’라고 부르는 것은 비인간적 행위”라고 덧붙였다.
그는 AI 기업의 창작물 사용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면서 영국 정부에서 고려 중인 ‘옵트 아웃’ 방식은 매우 큰 피해를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옵트 아웃은 예술인 개인이 직접 거부 의사를 표시할 때만 기업 측에서 해당 작품을 제외하는 방식이다. 구글 등 기업이 학술 연구 같은 비상업적 목적에만 저작물 활용을 허용하는 영국의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청하며 제안한 방식이기도 하다.
뉴턴-렉스는 “AI 학습을 거부하는 부담을 창작자에게만 지우는 것은 완전히 불공평하다”며 “정부가 정말 이것이 창작자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옵트 인’(원할 경우에만 포함하는) 제도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작자들과 AI 기업 간 갈등은 계속 심화하는 추세다.
미국에서는 이미 작가들이 챗GPT 개발 회사 오픈AI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소니 뮤직, 유니버설 뮤직 그룹, 워너 레코드 등 주요 음반사들도 생성 AI 음악업체 수노·우디오와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