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한해 3600여명이 ‘나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외신도 ‘한국의 고독한 죽음’에 대해 조명했다.
24일(현지시간) CNN은 ‘외로움이라는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은 이를 막기 위해 3억2700만 달러(약 4511억)를 지출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매체는 “매년 수천 명의 한국인(대부분 중년 남성)이 가족과 친구들과 단절된 채 조용히 홀로 사망하고 있다. 시신이 발견되기까지 며칠 또는 몇 주가 걸리기도 한다”며 “이는 한국어로 ‘고독사’로 알려진 한국의 ‘고독한 죽음’이다. 이는 외로움과 고립이라는 더 큰 문제의 일부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에 맞서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고독사 예방을 위해 마련한 정책 등도 소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조치를 환영하지만 ‘한국의 외로움’은 한국 문화의 독특한 부분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발표된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연간 고독사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22년 3559명, 2021년 3378명, 지난해 3661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고독사는 사회적 고립 상태에서 생활하다 자살이나 질병으로 인해 사망하는 경우다.
CNN은 ‘한국인을 외롭게 만드는 건 무엇인가’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뤘다. 특히 한국 사회가 ‘관계 지향적’이라는 점에 집중했다. 한국인은 외로움은 주변 사람들과 관계에서 자신을 정의하는 경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봤다.
안수정 명지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CNN에 “일부 문화권에서는 외로움을 ‘관계가 충족되지 않을 때’ 일어나는 느낌으로 간주한다”며 “한국에서는 자신이 충분히 가치가 없거나 목적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매우 외로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NN은 “한국인들이 사회생활이 활발하고 다른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경향이 있지만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했을 때 유용한지, 사회에 충분히 기여했는지, 뒤처졌는지 의문을 품을 때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안 교수는 “한국 사회는 고도로 집단적인 사회생활을 요구하지만 종종 개인을 존중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는데, CNN은 이를 “사람들이 고독이나 실패감에 대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이외에도 1인 가구 증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부정적 영향, 경쟁적이고 성취 지향적인 문화 등도 언급했다.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를 심도 있게 연구해왔고, 영국은 최근 고독 문제 해결을 위해 새 장관을 임명했다. 미국 외과의사회는 2023년 ‘외로움과 고립의 전염병’을 경고한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해 외로움을 ‘심각한 건강 위협’이라며 외로움 문제 해결을 위한 전담 위원회를 출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