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 인도, 이란 등 브릭스(BRICS) 회원국 정상들이 러시아 카잔에서 만나 미국 중심 질서에 공동 대응하자고 뜻을 모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외교적 고립에 빠졌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브릭스 의장국 지위를 이용해 회원국 정상들을 불러모아 세를 과시했다. 그간 사이가 좋지 못했던 중국과 인도는 이번 회의를 계기로 관계 개선의 물꼬를 열었다.

브릭스 정상들은 23일(현지시간) 소속 회원국 간 협력 방안을 담은 ‘카잔 선언’을 채택했다. 정상들은 러시아와 이란 등을 겨냥한 서방의 경제제재에 대해 우려했다. 브릭스 곡물 거래소를 설치하고 회원국 간 금융 거래 시 현지 통화를 사용하는 방안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가자지구와 레바논 남부의 인도적 상황을 언급하며 이스라엘이 군사적 행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등 정상들은 서로 연쇄 정상회담을 가졌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만나 “우리가 함께라면 미국이 이란과 러시아에 부과한 모든 제재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이란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협정에 서명함으로써 우리가 이룬 성과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회담에서 “중국과 인도 양국은 서로 발전 기회를 제공하고 위협하지 않으며 경쟁이 아닌 협력 파트너가 된다는 공동 인식을 계속 견지하며 올바른 전략적 인식을 고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모디 총리는 “인도는 중국과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며 상호 신뢰를 증진하고 호혜 협력을 확장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중국과 인도는 여전히 국경 분쟁 중이며 2020년에는 양국 군인이 몽둥이를 들고 충돌하는 사태까지 빚어졌었다.

브릭스 정상회의에선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다소 껄끄러운 기류도 감지됐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브라질 대표단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용인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모디 총리는 “우리는 전쟁이 아니라 대화와 외교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카잔 선언문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대화와 외교로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하기 위한 중재 제안에 감사한다”고만 밝혔다. 때문에 러시아가 전쟁과 관련한 자국 입장을 관철하는 데 실패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브릭스의 중심 이슈가 전혀 아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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