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오후 고베한국교육원(원장 김재호)에서는 제 12회 대학생 한글 백일장 대회가 열렸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효고현과 둘레 간사이 지역 대학생 12명이 참가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행사일에는 두 명이 결석하여 10 명이 모여서 한글 글짓기 실력을 겨루었습니다.
사람이 글을 짓는 작문은 쉽고 간단하지 않습니다. 모국어로 작문을 하는 경우에도 몇 번을 읽어도 잘못된 표현이나 비 문법적인 글, 틀린 조사 표현들이 허다하게 발견되기도 합니다. 하물며 외국어로 한국어를 배운 일본 학생들이 우리말 작문을 하는 일은 몇 배 더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사람들이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를 하거나 물건을 주고받으면서 하는 이야기는 몸짓으로 어느 정도 뜻이 전달되기 때문에 비교적 쉽습니다. 그리고 필답이나 최근 전자 기기를 사용한 통역 기능을 활용하면 쉽게 자신의 뜻을 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글은 다릅니다. 전혀 보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의사 전달을 하기 위해서 문법적인 표현은 물론 문장 자체의 규칙을 지켜서 자세히 써야 합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일본 대학생들은 그동안 몇 년 전부터 배우고 익히며 갈고 닦아 온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대부분 한국 유학이나 한국 현지 문화 체험들을 하면서 느낀 경험을 솔직히 표현하거나 문학 작품 속에 나오는 독특한 표현을 활용하여 글을 이어 가기도 했습니다.
글에는 아무리 보아도 잘못 쓰인 글자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이번 참가 학생들의 글에는 누가 보아도 손색이 없고, 조사의 사용이나 띄어쓰기 등 트집을 잡으려고 눈을 부릅뜨고 보아도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완벽했습니다.
백일장은 한글 작문 실력을 겨루는 행사입니다. 그리고 올해로 12년간 이어왔습니다. 이처럼 고급 한글 능력을 소지한 대학생들이 효고현과 간사이 지역에 많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입니다.
참가자들은 대학생이 되기 이전부터 한글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공부해 온 학생들입니다. 학생에 따라서 다르지만 개인적인 호기심이나 기호에 의해서 공부해 온 경우도 있고, 가족이나 친구들의 권유, 기타 케이팝이나 한류 드라마를 보면서 한글 공부를 시작한 사람도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그다지 멀지 않습니다. 오래전부터 여러 가지 많은 문화와 산업 그리고 학문과 물류 등 교류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교류는 언어 능력과 언어를 활용하면서 지속되어 왔습니다.
이제 새로운 전자 기기나 AI, 로봇 기술을 활용한 교류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리 전자 기기와 AI 기술이 발달한다고 해도 마지막 확인은 사람이 해야 합니다.
언어를 배우는 일은 말에 그치지 않습니다. 말은 문화의 그릇이라고 합니다. 말을 통해서 새로운 문화와 환경을 만나는 일은 기존의 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지고, 감탄과 놀라움은 창조의 원동력이 됩니다. 세계의 거의 모든 교육기관이나 대학들에서 외국어가 필수 과목인 까닭이기도 합니다.
이번 고베한국교육원 제 12회 대학생 한글 백일장대회는 모든 가능성을 실험하고 현실적으로 체험하는 자리였습니다. 김재호 고베 교육원 원장님을 비롯한 여러 직원들은 백일장 참가자들이 최대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노력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멋지고 완벽하고, 솔직한 글로 보답했습니다. 행사에 참가한 대학생들은 앞으로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여 세상을 더 밝고 바람직하게 만들 것입니다. 그런 세상을 꿈꾸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