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개인용도의 코로나19 진단 장비를 비밀리에 보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CNN 방송이 8일(현지시각) 미국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신간 <전쟁>(War)을 사전 입수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최고조에 달했던 2020년 푸틴 대통령에게 미국 애벗사의 진단 장비를 보냈다.
당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진단 장비가 부족할 때였고, 코로나19 감염을 극도로 두려워한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진단 장비를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진단 장비를 받은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통화에서 “제발 누구에게도 당신이 이런 것들을 나한테 보냈다고 말하면 안 된다”라고 당부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상관없다. 알았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푸틴 대통령은 “그런 의미가 아니다. 사람들은 내가 아니라 당신한테 화를 낼 것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라며 “그들은 나를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우드워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푸틴 대통령과 비밀리에 연락을 유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보좌관에 따르면 트럼프가 2021년 퇴임하고 백악관을 떠난 뒤 푸틴과 여러 차례 통화가 있었다”라며 “어쩌면 지금까지 7번이나 통화했을 수 있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미국 정보당국 수장인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간 통화 여부에 대해 질문했지만 그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드워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과 나눈 대화도 소개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마러라고(플로리다주에 있는 트럼프 자택)에 가는 것은 북한에 가는 것과 비슷하다”라며 “트럼프가 입장할 때마다 모두가 일어서서 손뼉을 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측은 우드워드가 책에서 주장한 내용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트럼프 대선 캠프의 스티븐 청 대변인은 성명에서 “우드워드가 지어낸 이야기들은 하나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책과 관련해 우드워드와 인터뷰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쓰레기 같은 그 책은 할인 서점의 싸게 팔거나 화장실 휴지로 써야 한다”라고 맹비난했다.
반면에 대선 경쟁자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CBS 방송에 “트럼프는 스트롱맨(독재자)을 존경한다”라며 “그들은 아첨하거나 호의를 제공하기 때문에 트럼프가 그들에게 놀아난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러브레터를 보낸 것에 더해 이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보라. 트럼프는 그들이 자신의 친구라고 생각하는 것”이라면서 “미국 국민이 당신의 첫 번째 친구가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미국 유력 일간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을 맡고 있는 우드워드는 1974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을 하야시킨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책에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이 격화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참모진과의 대화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 욕설을 써가며 비난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와 관련해 에밀리 사이먼스 백악관 부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매우 솔직하고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다”라며 “그들의 구체적인 일화에 대해 언급할 것이 없다”라고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