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가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의 ‘슈퍼스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위한 지원 유세에 나섰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각)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유세에서 자신의 옛 대선 구호였던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를 살짝 바꾼 “그녀는 할 수 있다(Yes, She Can)”를 화면에 띄워놓고 연단에 섰다.
그는 해리스 부통령이 “기회가 필요한 사람들을 대신해 평생 싸워온 리더”라며 “역대 대통령 후보 중 가장 준비가 잘 되어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유세가 열린 펜실베이니아주는 이번 대선의 승패를 결정할 7대 경합주 가운데서도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격전지다.
해리스 부통령은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된 전당대회 효과로 치솟았던 지지율이 최근 주춤하는 반면에 경합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등하며 민주당에 비상이 걸렸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의 경쟁 상대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사람들이 좌절하면서도 더 잘 할 수 있다고 느끼는 것은 이해한다”라면서도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트럼프가 여러분에게 좋은 방향으로 뒤흔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전략에 대해서도 “미친 음모론, 폭언과 분노로 가득 찬 트윗, 2시간짜리 연설은 마치 피델 카스트로를 보는 것 같다”라며 “황금 운동화, 고가의 와인과 시계, 최근에는 트럼프 성경책까지 팔고 있는 이 자는 누구인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6 의사당 폭동 때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이 시위대의 공격에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그래서 어쩌라는 것이냐’라는 반응했다는 특검 기소 내용을 언급하며 “트럼프가 자신의 부통령이 위험하다는 데도 신경을 안 쓰는데 여러분을 신경 쓸 것 같으냐”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편 관세 공약에 대해서도 “일반 가정의 생활비에 연 4천 달러의 추가 부담을 줄 것”이라며 “그는 억만장자와 대기업만을 위한 감세를 추진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AP 통신은 “8년간 미국 대통령을 지낸 오바마는 유권자를 결집하는 가장 신뢰할 만한 민주당 인사”라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기도 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그가 지원 유세에 나선 것은 해리스 부통령의 정치 경력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음을 보여준다”라며 “해리스 부통령이 만약 승리하면 미국 최초의 여성, 흑인 또는 남아시아계 대통령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일했던 민주당 여론조사 전문가 코넬 벨처는 <뉴욕타임스>에 “오바마는 민주당의 가장 큰 무기이며, 마지막에 가장 큰 무기를 사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망설이는 흑인 남성 유권자를 겨냥해 “여러분은 갖은 이유와 핑계를 대고 있는데 그건 문제가 있다”라며 “여성을 대통령으로 두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른 이유와 대안을 내세우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라고 직격했다.
2008년 대선 출마 당시 흑인 유권자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아 승리했던 오바마 전 대통령은 “내가 출마했을 때와 같은 에너지, 투표율이 여러 곳곳에서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힘 있고 남자다워서 끌린다는 남성 유권자들에게 말한다”라며 “진정한 힘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고 스스로 일어설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일어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것이 바로 우리의 딸과 아들들에게 바라는 것이고, 미합중국 대통령에게서 보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전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해리스 부통령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민주당은 오바마 전 대통령에 이어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경합주를 돌며 지원 유세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