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뿐 아니라 인력도 공급한다는 것을 자국 정보기관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AP통신·BBC방송 등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각) 젤렌스키 대통령은 의회에서 “이들은 전쟁에서 숨진 러시아인을 대체하기 위한 러시아 공장의 노동자들과 군 인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전쟁에 러시아 편에서 두 번째 국가가 참여하는 것”이라며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범죄자 연합에 북한도 이미 포함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과 함께 중국, 이란도 러시아를 지원하고 있다면서 “범죄자 연합(coalition of criminals)”이라고 비난했다.

나토·미국 “북한군 파병설, 사실 확인 못 해”

앞서 우크라이나 언론이 지난 3일 도네츠크 전선에서 자국군 미사일 공격으로 사망한 러시아 측 전사자 20여 명 가운데 북한군 6명이 포함됐다고 보도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됐다고 연일 주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포스트도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위해 북한군 1만 명이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훈련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군을 국경지대에 배치해 병력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러시아의 목적”이라며 “러시아가 자국군을 다른 임무에 투입할 수 있게 된다”라고 전했다.

다만 ‘우크라이나-북한 소사이어티’ 미콜라 폴리시추크 부회장은 이 매체에 “북한 정규부대가 직접 참전했다고 말하기는 이르다”라며 “군인 수천 명이 러시아 영토를 가로질러 이동하는 모습은 눈에 잘 띄지 않을 것”이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만약 북한 사람이 전선에 있다면 전술을 배우거나 무기 유지보수를 위한 인력일 가능성이 크다”라며 “러시아사 북러 조약 비준을 위해 관련 법안을 하원에 제출하면서 서방을 위협하는 데 북한을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지난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쪽이 무력 침공을 당하면 다른 쪽이 군사원조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은 군사 동맹 수준의 조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북한군 파병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으며, 나토와 미국은 이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의 사실을 확인할 수 없으나, 매우 우려스럽다는 것은 분명하다”라며 “(참전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 소통보좌관도 전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언론의 관련 보도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그 보도에 대해서 독립적으로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라고 답했다.

다만 “이 같은 보도들은 우리를 우려하게 한다”라며 “북한군인 러시아를 위해 싸우고 있다는 것이 만약 사실이라면 북러 국방 관계의 상당한 강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승리계획’ 공개… “우크라 나토 가입해야”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의회 연설에서 ‘승리계획’을 공개하며 “이 계획을 따른다면 늦어도 내년까지는 전쟁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승리계획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초청, 러시아 영토에 대한 장거리 무기 사용 허가, 러시아의 침략을 막기 위한 포괄적 비핵 전략 패키지, 우크라이나 천연자원 공동 보호 및 개발 투자, 숙련된 군대 양성 등 크게 5가지로 구성했다.

그러면서 “영토나 주권 거래는 종전 해법이 아니다”라며 “우크라이나 영토를 양보하라는 조건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 등 서방 정상들에게 이 같은 승리계획을 설명하고 지지를 요청했으나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AP통신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승리계획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상황과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라며 “늘어나는 사망자와 군 동원령, 러시아의 계속되는 공격으로 국민들의 사기가 무너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BBC방송도 “중동 분쟁이 커지면서 우크라이나 지지가 타격을 입고 있다”라며 “우크라이나가 안보 보장의 대가로 영토를 양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라고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승리계획에 대해 “정신 차려야 한다”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