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 야히야 신와르를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은 17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1년간 추적한 끝에 전날 남부사령부 소속 군인들이 가자지구 남부에서 하마스 테러조직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를 사살했다”라고 밝혔다.

작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이른바 ‘알아크사 홍수’ 작전을 설계하고 주도한 하마스 수장 신와르가 사망하면서 1년 넘게 이어진 가자지구 전쟁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도 성명에서 “작년 10월 7일의 학살과 잔학행위에 책임이 있는 대량 살인범 신와르가 이스라엘군에 살해됐다”라고 전했다.

카츠 장관은 “이는 이스라엘이 이룬 커다란 군사적, 도덕적 업적이자 이란이 이끄는 이슬람의 사악한 축에 맞선 자유세계 전체의 승리”라며 “앞으로도 인질을 석방하고 하마스의 통치를 끝내기 위한 가자지구 작전이 몇 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신와르는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설계하고 주도한 인물로 이스라엘군의 최대 제거 목표였다.

이스라엘군은 전날 사살한 하마스 대원 3명 가운데 신와르와 닮은 인물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가 이스라엘 교도소에 복역할 때 채취한 지문과 치과 기록,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신와르의 사망을 확인했다.

’10·7 기습’ 설계한 신와르… “이스라엘에 악몽 같은 인물”

1962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의 난민촌에서 태어난 신와르는 1987년 제1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의 반이스라엘 독립투쟁) 때 하마스 창립에 참여했다.

그는 보안 조직을 맡아 이스라엘에 협력한 팔레스타인인을 색출하고 잔혹하게 살해하면서 ‘칸 유니스의 도살자’로 악명을 떨쳤다.

1988년 이스라엘 군인 2명을 살해했으며, 팔레스타인 측 정보원 4명도 죽이려고 시도했다가 붙잡혀 이듬해 이스라엘 법원에서 종신형 4회를 선고받은 그는 교도소에서 히브리어를 배워 이스라엘을 연구하기도 했다.

교도소 바닥에 땅굴을 파는 등 여러 차례 탈옥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그는 2011년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인질로 붙잡힌 이스라엘 군인 길라드 샬리트와 포로 교환을 할 때 1천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수감자들과 함께 풀려나며 22년간의 복역을 끝냈다.

이때 포로 교환을 승인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자신이 풀어준 신와르가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 공격을 이끈 하마스 수장이 되어 돌아오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공격해 약 1200명이 살해하고 250여 명을 납치해 인질로 끌고 갔다. 이후 이스라엘은 신와르에 대해 40만 달러(약 5억5천만 원)의 현상금을 내걸었고,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AP통신은 “이스라엘에 있어 신와르는 악몽 같은 인물”이라며 “가자지구 전쟁의 궤적을 결정하는 데 있어 신와르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은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해외에서 비교적 편하게 생활하고 있는 다른 하마스 지도자들과 달리 신와르는 빈곤한 가자지구에 남아 이스라엘에 맞서 싸우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존경을 받았다”라고 덧붙였다.

2006년부터 하마스의 가자지구 지도자를 지낸 이스마일 하니예가 2017년 물러나자 신와르가 이 자리를 물려받았으며, 하니예는 하마스 수장인 정치국장으로 선출됐다.

지난 7월 31일 이스라엘군이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하니예를 사살하자 하마스는 엿새 만에 신와르가 정치국장 자리에 올렸으나, 불과 석 달 만에 그도 이스라엘군에 사살되고 말았다.

다만 하니예가 이스라엘 측과 휴전을 논의하는 협상가였다면, 신와르는 타협을 거부하고 싸우는 군인에 더 가까웠다.

네타냐후 “전쟁 계속할 것”… 바이든 “전 세계에 좋은 날”

네타냐후 총리는 영상 연설에서 “홀로코스트 이래 우리 국민에게 역사상 최악의 학살을 자행한 사람을 제거했다”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신와르 제거는 전쟁에 있어 중요한 순간이고, 하마스는 더 이상 가자지구를 통치하지 못할 것”이라며 “가자지구 주민들이 하마스의 폭정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기회가 왔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신와르를 찾아내 사살한 것은 우리가 전쟁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라며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돌아올 때까지 전력을 다해 전쟁을 계속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자지구 주민들을 향해 “신와르는 여러분의 삶을 파괴했고, 그는 자신이 사자라고 말하면서도 어두운 굴에 숨어지내다가 우리 군인들에게 겁을 먹은 상태로 죽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하마스 대원들을 향해서도 “당신들의 지도자들은 도망치고 있으며, 곧 제거될 것”이라며 “무기를 버리고 인질 귀환을 돕는다면 누구나 가자지구를 안전하게 떠날 있을 것”이라고 회유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성명을 통해 “유전자 검사를 통해 신와르의 사망이 확인됐다”라며 “오늘은 이스라엘과 미국, 그리고 전 세계에 좋은 날이며 어떤 테러리스트도 정의를 피해 갈 수 없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증명됐다”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 이스라엘 국민은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이 죽었을 때 미국인이 느꼈던 감정과 비슷할 것”이라며 “곧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이스라엘 지도부와 축하하기 위한 대화를 하고 이 전쟁을 완전히 끝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테러단체 하마스의 지도자인 신와르는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미국 등 30개국 이상의 국민 수천 명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인물”이라며 “나는 미국의 특수작전 요원과 정보 관련 인사들에게 가자지구에 숨어있는 신와르와 다른 하마스 지도자의 위치를 추적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협력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에게 더 나은 미래를 제공할 정치적 합의의 기회가 찾아왔다”라면서 “신와르는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이었으나, 더 이상 그 장애물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평가했다.

선거 유세 중인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가자지구에서 마침내 전쟁을 끝낼 기회가 왔다”라며 “이스라엘이 안전해지고 인질은 석방되며, 가자지구의 고통이 끝나서 팔레스타인 주민이 존엄성과 안전, 자유, 자결권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전쟁은 반드시 종식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제 수장을 잃은 하마스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영국 BBC는 “신와르의 죽음은 네타냐후 총리가 승리를 선언하고, 더 나아가 전쟁을 공식적으로 종식할 길을 열어줄 수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다만 “하마스가 큰 타격을 입고 혼란에 빠지면서 가자지구에 살아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100여 명의 이스라엘 인질을 찾아내고, 그들을 데려오는 것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