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신속하고 간편하게 교량의 안전 성능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내하성능(하중에 견디는 능력) 추정 기술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우리나라 교량은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제1종, 제2종, 제3종으로 구분된다. 각 등급에 따라 정기안전점검, 정밀안전점검, 정밀안전진단, 성능평가 등 점검 진단 유형이 달라진다.

현재 재하시험을 통한 내하성능 평가는 제1종 교량에 대해서만 의무화돼 있으며, 이는 전체 교량 3만 9457개소(국토교통부, 2024년 기준) 중 약 11.48%에 해당하는 4529개소만을 대상으로 한다.

기존의 재하시험을 통한 교량 내하성능 평가 방식은 설계자료 검토, 교량 거동 계측, 시뮬레이션 해석 등을 포함해 고도의 전문적 지식이 요구되며, 이에 따라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의무적으로 수행되는 1종 교량을 제외한 나머지 2종과 3종 교량을 대상으로 한 재하시험 기반 교량 내하성능 평가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박기태 건설연 구조연구본부 박사 연구팀(실무책임자 정규산 수석연구원)은 재하시험이나 유한요소해석 없이도 통계적 방법을 활용해 교량의 내하성능을 97%의 정확도로 추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지자체의 협조로 수집한 4845건의 교량 점검진단 보고서를 바탕으로, 교량의 상태평가 결과, 재료시험 결과 등 50여 가지 세부 항목을 분석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한다.

연구팀은 IBM社의 SPSS(Statistical Package for the Social Sciences)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데이터 품질을 향상시키고, 이를 통해 내하성능 추정 모델을 개발했다. 해당 모델은 RC슬래브교 등 국내 교량의 약 84%를 차지하는 4개 형식의 교량에 대한 내하성능 정보를 제공하며, 교량 구조물 스마트 유지관리 플랫폼을 통해 쉽게 활용할 수 있다.

관리대상 시설물 대비 담당 인력이 부족한 정부 부처 및 지자체는 이 플랫폼을 통해 관리 대상 교량의 정보를 등록하여 내하성능 추정 결과와 이에 근거한 점검 우선순위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점검 우선순위 정보를 토대로 노후 위험 교량에 대해서는 엔지니어의 전문적인 검토를 거쳐 교량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재하시험을 통한 교량 내하성능 평가를 수행하지 않는 교량 중, 본 기술을 통해 노후 위험 교량을 선별하여 관리함으로써 교량 유지관리 예산의 효율적인 집행에 기여할 수 있다.

김병석 건설연 원장은 “이번에 개발된 교량 내하성능 추정 기술은 특히 중·소규모의 노후 교량 중 안전성이 취약한 교량을 선별해 관리주체에게 우선적인 점검 또는 정밀안전진단 권고 의견을 제공함으로써, 교량 안전 확보와 효율적인 예산 운용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