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술이 마음에 들면 현장이나 소셜 미디어에서 열렬한 반응을 보여주세요. 여러분 관심에 따라 실제 출시될 수도 있습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어도비의 연례 컨퍼런스 ‘맥스(MAX) 2024’. 1만 명이 넘는 창작자들의 가장 큰 관심은 단연 ‘스닉스(sneaks)’ 행사에 쏠렸다. 포토샵 등 디자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어도비의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말 그대로 ‘스닉할 수 있는’(엿볼 수 있는) 자리여서다.
단기적으로 상용화할 기술을 공개한 전날 키노트(기조)와 달리 스닉스에서 발표하는 기술은 실제 출시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 어도비 기술개발팀 내에서 선정한 직원들이 직접 자신이 개발 중인 기술에 대해 5~8분가량 발표한다. 발표 직후 나타난 현장 반응을 토대로 기술의 출시 및 성공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는 것이 어도비 측 설명이다.
올해 스닉스에서 발표한 총 9가지 신기술 중 가장 큰 호응을 얻었던 건 ‘수퍼소닉’(SuperSonic)이다. 영상에 어도비 자체 개발 생성AI인 파이어플라이를 통해 효과음·배경음악 등 적당한 오디오를 만들어 적절한 위치에 배치까지 해준다. 사용자가 영상에 어울리는 소리를 일일이 찾아 해당 장면에 맞게 한 땀 한 땀 배치해야 했던 기존 방식의 비효율성을 해결할 수 있다.
AI 사운드 디자인 책임자이자 수퍼소닉을 개발하고 있는 저스틴 살라몬은 “단 몇 초 만에 최적의 사운드를 완성해 작업 시간을 아껴주는 기술”이라며 시현에 나섰다. AI에 원하는 효과음 관련 명령어(텍스트)를 입력하거나 창작자가 원하는 소리를 직접 녹음해 올리면 AI가 영상에 어울리게 구현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두 괴물이 대치하는 영상에서 살라몬이 어색하게 ‘으르렁’ 소리를 녹음하자, AI는 단 몇 초 만에 실제 괴물이 내는 것처럼 들리는 효과음을 생성했다.
AI에 효과음을 생성하도록 명령을 내릴 때 ‘프롬프트(명령창)에 뭐라고 쓰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영상에서 오디오를 적용할 대상을 지정해 ‘개체 선택(subject selection)’을 누르면 명령어가 자동 생성된다. 살라몬은 “우주선을 개체 선택하면, 우주선 관련 효과음을 생성해 달라는 명령어를 자동으로 입력할 수 있다. 수퍼소닉은 창작자의 영감까지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D(차원) 디자인을 다루는 ‘시닉’(Scenic) 기술도 눈길을 끌었다. 생성AI를 통해 3D 이미지를 기존 2D를 다루는 방식으로 다룰 수 있게 설계한 도구다. 명령어를 입력하면 AI가 3D 결과물을 내놓고, 창작자는 위치를 수정하거나 카메라 앵글(각도)을 변경하는 등 직접 작업할 수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이른바 ‘항공샷’이나 옆에서 바라보는 ‘측면샷’ 등 다양한 각도로 작업할 수 있다.
‘리믹스 어 랏’(Remix A Lot) 기술은 스케치를 완성된 디자인으로 바꿔주고, ‘하이-파이’(Hi-Fi) 기술은 도형·개체를 조합한 단순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고품질 이미지로 변환한다.
합성·제거 등 기존에 흔히 사용하는 기능을 한층 더 발전시킨 기술도 소개됐다. ‘퍼펙트블렌드’(PerfectBlend) 기술은 채도·명도·그림자 등을 고려한 정교한 합성 결과물을 단 2~3초 만에 내놓았다. ‘클린머신’(CleanMachine) 기술은 사진에서 불꽃놀이 같은 플래시나 불필요한 개체를 완벽하게 제거한다.
파이어플라이가 핵심적으로 사용되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 이날 스닉스에서 공개된 모든 기술에는 AI가 적용됐다. 알렉산드루 코스틴 어도비 생성 AI 총괄 부사장은 이날 오전 진행한 언론 간담회에서 “2023년 3월 파이어플라이 출시 이후 130억장 이상의 이미지가 생성됐고, 이중 70억장이 포토샵에서 편집된 이미지다. 생성 AI를 (어도비에서는) ‘생성 에디팅’이라 지칭할 만큼 고객들의 AI 활용은 편집에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를 활용해 창작자들이 콘텐트를 빠르고 쉽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다”면서 “3D 생성 AI 모델과 오디오 AI 모델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