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기준 2050억 달러(약 279조원)으로 세계 3위 자산가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그가 워싱턴포스트(WP)를 인수한 건 2013년이다. 1877년 창간된 이 유서깊은 신문은 베이조스의 오너십 아래에서 디지털 전환의 DNA를 심으며 약진했으나 올해 특히 안팎으로 갈등을 겪으며 고전 중이다. 이에 베이조스가 윌리엄 루이스 WP 발행인에게 특명을 내렸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명의 핵심은 인수ㆍ합병을 통해 매체의 덩치를 키우라는 것. NYT는 익명을 원한 루이스 발행인의 측근 3인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WP는 지난해 기준 약 13만6000부, 디지털에선 250만 구독자를 확보했으나 뉴욕타임스(NYT)와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NYT는 약 29만6000부, 디지털 유료 구독자는 883만명이다. 인쇄 부수에서도 절반,디지털 유료 구독에서는 3분의 1도 못 비친다. 내부 갈등도 골칫거리다. 지난해엔 48년만의 최대 규모 노조 파업이 있었고, 올해 6월엔 편집국 내부 고발도 있었다. 올해 1월 발행인으로 취임한 루이스에 대해 전 동료인 피터 코에닉이 “과거 부정한 방식으로 입수한 통화 내용을 기사에 인용했다”고 폭로한 것이다. 편집국을 대표하는 발행인이 과거 기자 윤리를 위반했다는 폭로가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베이조스는 선 내부갈등 봉합, 후 사업 확장이라는 해법을 택했다. 베이조스는 폭로 사태 후 WP의 임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고, 이 내용이 CNN과 NYT 등을 통해 보도되도록 했다. 베이조스는 루이스 발행인을 감싸지는 않았으나 그에 대한 해임을 논하지도 않는 방식을 택했다. CNN이 전한 메일 내용에 따르면 “WP의 저널리즘 기준과 윤리 의식은 항상 높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못 박으면서도 “세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우리도 해오던 방식에 안주할 수 없으며, 사업체로서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루이스 발행인을 암묵적으로 지지함으로써 내부 갈등을 우선 봉합하고, 대신 발행인에게 새 미션을 수여한 것이 이번 NYT가 보도한 인수ㆍ합병 추진 내용이다. WP의 인수ㆍ합병 키워드는 ‘영상’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WP의 새 타깃 독자층인 일명 ‘젠 Z(Gen Z)’라 불리는 1995~2010년 생을 겨냥해 영상 제작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NYT는 “루이스 발행인은 업계에 영상 제작 업체들 동향을 파악하느라 분주하다”고 전했다. 영상 관련 스타트업 등을 바삐 물색 중인 셈이다.
영상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동시에 WP의 전통적 강점인 정치 취재와 오피니언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다양하게 경주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그 핵심엔 최고성장관리자(Chief Growth Officer)가 있는데, 이 자리는 WP가 올해 1월 혁신을 키워드로 만들었다. 칼 웰스 CGO는 “우선 질서를 되찾고, 뉴스 사이클이 어떻게 변화하든 상관없이 성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최근 편집국 회의에서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