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비만약’으로 유명한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국내에 상륙한다. 토종 제약 업체들은 이에 맞서 약효 지속 시간을 늘리고, 먹거나 피부에 붙이는 식으로 편의성을 높인 치료제를 잇달아 선보이면서 관련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15일 상륙하는 ‘머스크 비만약’…시장 꿈틀1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위고비의 국내 유통을 맡은 쥴릭파마코리아는 오는 15일부터 병·의원과 약국을 상대로 위고비 주문 접수를 받는다. 펜 모양의 주사제인 위고비는 펜 1개를 일주일에 한 번씩, 한 달간 투여하도록 제조됐다. 출하 가격은 개당 37만2025원.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비급여 의약품이라 처방 가격은 의료기관마다 다를 수 있다. 국내에서는 고도 비만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사용하도록 허가받았다.

지난 2021년 6월 덴마크 노보노디스크가 선보인 위고비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호르몬(GLP-1)과 유사한 성분(‘세마글루타이드’)으로 만들어졌다. 뇌 시상하부를 자극하고, 포만감을 유발해 식욕 억제 효과를 끌어내는 원리다. 임상시험 결과 주 1회, 68주간 투여했더니 체중이 14.9%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도 지난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 허가를 받고 국내 출시를 준비 중이다. 마운자로는 체중 감량 효과가 최대 22.5%로 위고비보다 효과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작용은 구토, 설사, 복통, 우울증 등으로 위고비와 유사하다.

릴리도 준비 중…효과 지속성에 관심이에 맞서는 국내 업계의 관심사는 ▶한 번 투약 후 약물이 체내에서 보다 오래 작용하게 하거나 ▶먹거나 붙이는 식으로 투약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다. 현재 한미약품·유한양행·동아에스티 등이 비만 치료제 개발과 출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금까지 하루 한 번씩 사용해야 했던 비만약의 투약 주기가 최근 주 1회까지 줄긴 했지만, 업계는 한 달에 한 번만 써도 되는 약품 개발에 주목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 8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 제약·바이오 박람회(CPHI 2024)에서 ‘장기 지속형 세마글루타이드 주사제’를 처음 공개했다. 한 달에 한 번 투약하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몸 안에 약 성분을 서서히 방출해, 한 달간 혈중 약물 농도를 유지하도록 설계했다. 동국제약도 1회 투여 시 약효가 2~3개월간 유지되는 장기 지속형 주사제를 개발 중이다.

국내 제약사 펩트론은 이달 초 일라이릴리와 기술 평가 계약을 체결했다. 펩트론이 보유한 약효 전달 플랫폼 기술을 일라이릴리의 약물에 적용하는 공동 연구를 하기 위해서다.

복용 편의성 높인 치료제도 ‘눈길’

현재 시장에 나온 제품은 모두 주사제형이라 먹거나 붙이는 비만약 개발에 대한 관심도 높다. 라파스와 대원제약은 미세 바늘인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활용해 피부에 붙이는 패치형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디앤디파마텍은 먹는 비만 치료제를 선보일 예정이다. 두 방식 모두 주사제보다 투약이 쉬우면서 효능이 비슷하다.

지난해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는 110억 달러(약 15조3000억원)였다. 식습관이 바뀌며 과체중 인구가 늘고, 비만을 당뇨·심장질환처럼 질병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비만 치료제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한국은 1780억원 규모로, 미국·브라질·호주에 이어 넷째로 크다. 제약·바이오 분석 업체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연평균 7.3%씩 성장하고 있다. 여노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기존 비만 치료제가 충족시키지 못하는 요소 중 하나가 편의성·지속성”이라며 “이에 따라 국내 업체의 움직임과 시장 변화에 주목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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