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봉 후지산 전경을 보러 오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지역 당국이 설치했던 가림막이 3개월 만에 철거됐다. 20일 지지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야마나시현 동부 후지카와구치코마치 당국은 지난 5월 21일 지역 내 한 편의점 앞에 세웠던 폭 20m, 높이 2.5m짜리 검은 가림막을 최근 치웠다. 지난주 일본에 접근한 태풍 7호 ‘암필’이 야마나시현을 비롯한 수도권에 강한 바람을 일으키면서 파손 우려가 제기되자 내린 결정이었다. 태풍은 지난 주말 소멸했지만 당국은 가림막을 재설치하지 않기로 했다.
후지카와구치코마치 당국이 가림막을 설치한 거리는 편의점 간판 뒤로 우뚝 솟은 후지산 산봉우리를 볼 수 있어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던 곳이다. 한국 여행객들 사이에서도 ‘후지산 인증샷 찍기 좋은 곳’으로 입소문이 난 곳이었다.
특히 지난해 WHO(세계보건기구)의 코로나 비상사태 해제와 최근 엔저(低) 영향으로 일본을 찾는 여행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이 지역에도 인파가 몰려왔다. 이 때문에 소음과 쓰레기가 늘어나면서 오버투어리즘(관광 공해) 문제가 심화하자, 당국은 고육지책으로 아예 아무도 후지산을 볼 수 없게 가림막을 쳤다. 당시 후지카와구치코마치 관계자는 “관광객 안전과 인근 주민들의 생활권을 지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몇몇 관광객이 가림막에 구멍을 뚫어서라도 사진을 찍으려 하자, 당국은 지난 7월 더 튼튼한 소재로 가림막을 갈아 끼웠다. 이런 실랑이 때문에 이 가림막은 오버투어리즘으로 촉발된 여행객과 주민의 갈등을 상징하는 장소로 각인됐다.
가림막 설치 이후 이 지점을 찾는 사람이 절반 이상 줄어들면서 일단 ‘효과’는 입증됐지만, 막상 인파가 뜸해지면서 주민들 사이에선 또 다른 논란이 촉발됐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주민들의 불편을 고려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당국을 옹호하는 이들이 있었던 반면, 관광객이 몰리는 편의점 앞에서 지역 특산품을 판매하는 등 특수(特需)를 누릴 수 있는데 아예 오지 못하게 가려 버리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가림막 인근에서 튀김 요릿집을 운영하는 와다 고스케(49)는 아사히신문에 “가림막 설치 이후 손님이 조금씩 줄었다”며 “(가림막은) 거리 미관을 해치므로 관광객과 주민들이 공존할 다른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고 했다.
태풍이 지나가고도 가림막이 재설치되지 않으면서 지역 당국이 이러한 주민들의 지적을 수용했다는 관측도 있다. 후지카와구치코마치 관계자는 지지통신에 “모처럼 철거했기 때문에 지금 상태 그대로의 동향을 주시하고 싶다”며 “관광객 질서가 잘 유지되면 재설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