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두번째 치매치료제이자 기존 치료제를 뛰어넘는 효능을 보이는 신약이 상용화 문턱을 넘었다. 인류가 극복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치매와의 전쟁에서 또 하나의 무기를 확보했다. 글로벌 치매 치료제 시장은 2027년 46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일(현지시간)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주목받는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의 신약 ‘도나네맙'(Donanemab)을 승인했다. FDA는 ‘키순라’라는 상표명으로 판매될 이 약을 알츠하이머 초기 증상을 보이는 성인을 대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알츠하이머는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이다. 정확한 발병 메커니즘과 원인은 100%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밀로이드 베타, 과인산화 타우 단백질 등 이상 단백질이 뇌 속에 쌓여 발생하는 것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도나네맙은 한 달에 한 번 주사하는 치료제로,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독성 단백질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1736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대규모 임상 3상에서 알츠하이머병 평가척도(iADRS) 결과,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35% 지연시켰다. 주요 2차 평가변수인 임상적 치매 등급(CDR-SB)에서는 전체 환자의 29%에서 지연 효과가 확인됐는데, 이는 앞서 FDA 허가를 받은 바이오젠·에자이의 ‘레켐비'(레카네맙)에서 나타난 27%보다 높은 수준이다.

인지 기능 저하 속도를 늦춰주는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세계적으로 레켐비가 유일했으나 도나네맙이 추가되면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레켐비는 올해 1분기 19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 지난해 4분기 700만달러의 2.5배 수준으로 늘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에 대한 높은 수요를 보여주는 수치로, 경쟁 의약품의 등장으로 시장 성장폭이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도나네맙은 현재 국내에서 임상 3상 시험이 진행 중으로, 2~3년 내에는 허가를 거쳐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레켐비는 한국에자이에서 하반기 중 출시할 예정이다.

한편 레켐비와 도나네맙은 모두 뇌부종, 미세출혈 등의 부작용이 있어 많은 제약사들이 부작용을 줄인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리바이오, 젬벡스, 차바이오텍 등이 치료제를, 유바이오로직스는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 치매환자는 지난해 100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2050년 315만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서는 환자가 약 700만명 수준으로, 2050년 약 1300만명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세계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은 2023년 48억2000만달러(약 6조7000억원)에서 2032년 81억8000만달러(약 11조367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