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손자병법’에서의 만년과장 이장수로 널리 알려진, 60년 넘게 무대를 누빈 원로 배우 오현경이 별세했다. 향년 88세.
오 씨가 1일 오전 9시 11분 경기도 김포의 한 요양원에서 숨을 거뒀다고 유족들이 전했다. 고인은 식도암과 위암으로 2차례나 암 투병을 겪었고, 지난해 8월 뇌출혈로 쓰러진 뒤 6개월 넘게 투병 생활을 해왔다.
1936년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서 태어난 그는 일제강점기 시인 오일도(吳一島)의 종손자다. 1954년 서울고 재학시절 교내 연극부를 만들었고, 이듬해 연극 ‘사육신’에 성삼문 역으로 출연해 ‘전국 고교생 연극경연대회’ 연기상을 받기도 했다.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한 후 연세극예술연구회 회원이 되어 연기와 연출에 몰두했다.
대학졸업후에는 실험극단 단원이 되었으며 ‘휘가로의 결혼’, ‘동천홍’, ‘허생전’ 등 수많은 연극작품에 출연했다. 1960년대 초 TV방송 드라마 시대가 열리면서 1961년 KBS-TV 개국 당시 특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그후 동양방송으로 이적해 활약했으며 주로 희극적 인물들을 연기했다. TV 드라마 대표작은 ‘TV 손자병법’이다. 1987년부터 1993년까지 6년간 방송된 이 드라마에서 늘상 부장승진에 실패하는 자재과 만년과장 역을 맡아 호연을 펼쳤다.
오현경은 연극 배우 중에서도 정확한 발음, 튼튼한 발성, 선명한 감정 표현으로 후배들에게는 ‘연기 교과서’로 불렸다. 연극 배우로는 만년에도 ‘봄날’, ‘맹진사댁 경사’, ‘3월의 눈’ 등의 대표작을 남겼다.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을 비롯해 KBS 연기대상 대상, 서울연극제 남자연기상 등을 다수 수상했고, 2013년에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에 선출됐다.
이분 사진보니깐 알겠네요.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