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리 기자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관통하는 횡단 도로를 건설 중인 모습이 포착됐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여러 국방 당국자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를 동서로 잇는 기존 도로를 확장 중이며, 이는 군사 작전 지원 용도로 추정된다.
특히 이 도로는 남북으로 길쭉한 모양의 가자지구 영토를 위아래로 양분하고 있어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장악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고 이들 당국자는 전했다.
도로 길이는 8㎞로 가자지구의 허리를 관통하게 된다.
이 도로는 가자지구 최대도시 가자시티 남부를 지나며 이스라엘 국경에서 8㎞ 정도 거리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이 도로가 최소 몇 달, 길게는 몇 년 동안 군사 작전과 순찰 용도로 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이처럼 가자 영토에 대한 통제력을 확대하는 데 반대해왔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전쟁이 장기화하자 자국군의 이동을 신속하게 하려고 이 횡단 도로 건설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현재 군인을 동원해 도로 양옆을 따라 주택과 건물을 파괴할 계획이며 이미 도로를 넓히기 위해 자갈을 깔고 있다고 채널14는 전했다.
일각에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와의 경계선을 따라 1㎞ 너비의 ‘완충지대’를 건설 중이란 점을 들어 도로 양편으로도 완충지대를 둔다면 가자지구를 양분하는 2㎞ 너비의 텅 빈 회랑이 생겨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스라엘 당국은 이와 관련한 언급을 거부했다.
예루살렘 포스트는 가자지구를 남북으로 나누는 이 칸막이가 이미 ‘가자 교차로’라는 별칭도 얻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전쟁·테러 전문가인 오르 피알코프는 일간 마리브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가자시티와 남쪽의 나머지 지역으로 양분하는 장벽을 건설 중”이라며 “이제 가자지구는 남북 두 부분으로 나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통 도로는 흙벽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흙벽의 양쪽에는 가자시티와 남부 가자를 분리하기 위한 검문소가 운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스라엘은 앞으로도 가자지구 남부의 전후 정책에 따라 이같은 경계선을 더 그을 것”이라며 “특히 하마스가 무기를 밀수해 무장하지 못하도록 남부 최대도시 칸 유니스 남부에 유사한 장벽을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시티가 있는 북부 일대를 사실상 완전히 장악한 데 이어 남부 지역에서도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때 하마스의 본거지로 불렸던 가자시티에는 전쟁 전 120만명이 거주했으나 현재는 대부분 주민이 남부로 피란해 15만∼20만명만이 남은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