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이동통신 서비스 인가 당시 정부가 제출받은 원가산정 근거서류가 법원의 확정판결에 따라 공개 수순을 밟게 되면서 이동통신 업계가 고민에 빠졌다. 민감한 영업비밀이 드러나거나 5G 통신품질 관련 집단소송 등에서의 입지가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참여연대 관계자가 과기정통부를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지난달 31일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고 ‘세부정보 54건 중 40건을 공개하라’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법원이 지정한 공개대상은 2019년 2월 SK텔레콤이 5G 서비스 이용약관을 인가받기 위해 과기정통부에 제출한 △가입자수 예측근거 △네트워크·서비스를 위한 투자금액과 비중 등이다.

또 △앞으로 증가할 CAPEX(설비투자)와 3개년 계획 △인가신청 요금제의 평균 ARPU(사용자당 평균매출) △당시 과기정통부 심의에 참여한 위원들의 명단도 공개대상 목록에 올랐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없는 경우 대법원이 소송기록 접수 4개월 이내에 심리를 종결하는 일종의 약식절차다. 이번 소송은 과기정통부가 상고를 포기한 가운데 서류제출 당사자로 소송에 참가한 SK텔레콤·KT의 상고에 따라 상고심이 진행됐다.

과기정통부는 확정판결에 따라 앞서 내린 정보공개 거부처분을 뒤집고 이통사 측이 제출한 서류를 참여연대 측에 제공하는 수순을 밟게 됐다. 통상 이 같은 절차는 수개월이 소요된다.

서비스 인가시점으로부터 5년여가 흘렀지만, 원가와 이와 관련된 근거자료는 기업으로서 밝히기 어려운 내밀한 정보라는 게 통신업계의 입장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공개될 자료에서 수치 대조·역산을 거치면 원가 관련 정보가 추가로 노출되고, 알뜰폰 사업자 등과의 망 도매대가협상 등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번 확정판결로 공개될 자료가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5G 속도저하·끊김 등 통신품질 저하현상을 호소하던 이통 가입자들은 2021년 전후 이동통신 3사를 상대로 연이어 집단소송을 제기했는데, 상당수는 법원의 심리가 진행 중인 상태다.

참여연대는 이날 “대법원이 2018년 2G·3G 원가자료 공개를 결정한 데 이어 이번 5G 원가자료 공개를 결정했다”며 “요금적정성 심사의 검증을 위해 자료를 공개해야 할 공익상 필요와 이통 서비스의 공공성은 큰 반면, 대기업들의 영업비밀을 침해할 우려는 크지 않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소송에 참여한 이통사 측은 “기업의 영업비밀 보호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지만,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