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스마트폰 가격이 치솟고 있다. 고사양 PC에 맞먹는 200만원대 제품은 이제 흔히 볼 수 있으며 300만원을 넘나드는 스마트폰도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마케팅이 소비자 수요를 부채질한 데다, 고성능을 뒷받침하기 위해 필요한 칩·부품 가격이 덩달아 오르면서 그 연쇄 작용으로 기기 값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는 양상이다.

17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ASP)은 전년 대비 3% 상승한 365달러(약 50만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는 5% 상승한 385달러로 예상된다. 이는 저가·보급형 스마트폰 가격까지 모두 더한 평균값이다.

많은 사람들이 ‘더 비싸고 성능 좋은’ 고가 프리미엄 제품을 원한 결과다. 올해 상반기 1000달러(약 140만원) 이상 스마트폰은 전년 대비 18% 더 팔렸다. 주력 상품을 뜻하는 ‘플래그십’ 모델 인기도 뜨거워지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애플·샤오미·화웨이 등 글로벌 제조사들이 지난해부터 올해 초에 걸쳐 내놓은 플래그십 스마트폰 제품들의 총 판매량은 전작 대비 31% 늘었다. 삼성전자 갤럭시 S24 판매량은 전작(S23) 대비 20%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 S24 최상급 버전인 울트라 모델의 가격은 169만~212만원 선이다.

접는 형태의 폴더블폰 중에서는 300만원에 육박하는 제품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갤럭시 Z폴드 스페셜에디션(SE)’을 내놨다. 올해 7월 나온 Z폴드6를 더 얇게 만든 제품으로, 역대 삼성전자 폴더블폰 중 최고가인 278만9600원으로 책정됐다. 지난 9월 나온 화웨이의 두 번 접는 폴더블폰 ‘메이트XT’는 한화 387만원에 달한다.

중저가폰이 넘쳐나는 중국에서도 비싸고 성능 좋은 스마트폰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화웨이의 최신 플래그십 ‘퓨라 70’은 최고 사양 제품이 9999위안(약 189만원)으로 200만원에 육박한다. 일각에서는 애플 아이폰16 판매량이 중국 시장에서 전작 대비 20%가량 오른 원인을 여기서 찾기도 한다. 현지 제조사들의 프리미엄폰 가격이 비싸지면서, 오히려 가격을 동결한 아이폰16이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생성형 AI가 스마트폰 마케팅 포인트로 떠오르면서 가격 상승폭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성능이 중요해지면서다. 이미지 생성, 음성 비서, 문서 요약, 검색 강화 등 각종 AI 기능을 지원하려면 전력은 덜 쓰면서도 고성능을 내는 AP가 필요하다.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부품의 필요 사양도 올라가고 있다.

주요 AP 제조사들은 가격 상승을 예고한다. 대만 미디어텍의 최신 AP ‘디멘시티 9400’은 전작 대비 가격이 20% 오를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 최강자인 퀄컴의 최신작 ‘스냅드래곤 8 엘리트’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갤럭시 S25 등 올해 말~내년 상반기 출시될 안드로이드 제품군에 스냅드래곤 8 엘리트가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

미 정보기술(IT) 매체 테크레이더는 “통상적으로 칩 가격이 40달러 오르면 스마트폰 가격은 100달러 오르는 효과를 낳는다”며 “(퀄컴)칩셋이 얼마나 더 비싸질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가격 인상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