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된 지 만 3개월만에 다시 바깥 공기를 맡게 됐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을 둘러싼 법정 공방은 여전히 이어지지만, 총수의 구속 상태가 해제되면서 카카오는 AI(인공지능) 서비스 카나나 등의 추진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31일 서울남부지법에 따르면 김범수 위원장은 이날 보석을 허가 받아 서울남부구치소에서 나오게 된다. 지난 7월 23일 구속된 지 101일만이다. 법원은 보석 보증금 3억원과 함께 주거제한, 참고인 및 증인 접촉 제한 등의 조건을 걸었다.

카카오는 김 위원장의 보석 인용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이날 김 위원장이 구치소에서 나오면서 재판 과정 및 수감생활에 대한 소회를 말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보석 상태이긴 하지만 카카오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김 위원장이 구치소에서 나오면서 카카오의 경영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다는 평이다. 카카오는 올해 3분기 콘텐츠 부문 양대 산맥인 웹툰과 게임의 동반 부진, 광고 시장의 위축에 따라 실적 전망이 밝지 않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카카오의 올해 3분기 매출은 2조4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 감소하고 영업이익도 13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 줄어들 전망이다.

이 때문에 사업의 핵심인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카카오톡 전면 광고 도입과 함께 카카오톡에 적용할 수 있는 AI를 개발하고 있다. 카카오톡과 별개로 B2C AI 대화형 서비스인 ‘카나나’를 개발해 올해 중 베타 버전을 내놓기로 했다.

지난 23일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 ‘이프 카카오’에서는 10종의 카나나 모델 라인업 10종을 공개했다. 10종에는 LLM을 비롯해 비주얼 생성모델, 음성모델 등이 포함됐다.

업계 관계자는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신사업을 진두 지휘하고 있지만 오너 창업자가 직접 나선다면 의사결정 구조가 더 간결해지고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은 당연하다”며 “실적 개선을 노리는 카카오에겐 김 위원장의 보석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올해 초부터 카카오 CA협의체 공동 의장을 맡고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구축하며 책임경영에 나섰다. 과거 카카오의 자율경영 기조가 계열사별 CEO들의 도덕적 해이와 무리한 사업 확장을 막을 수 없었다는 카카오 안팎의 비판에 따른 것이다.

이후 매달 그룹 협의회를 열어 주요 계열사 CEO들을 직접 관리해 왔다. 지난 1월 첫 회의에서 정신아 대표는 “CEO들의 위원회 참여를 통해 그룹의 의사결정 맥락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내부 통제를 강화하게 될 것”이라며 “그동안의 느슨한 자율경영 기조를 벗어나 구심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