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붉은색 차로 향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있다. 또 다른 영상에선 그 남자가 낯선 표정으로 차 안을 살핀다. 두 영상을 이어 콘텐트를 만들고 싶은 크리에이터(창작자)라면 난감한 상황. 영상 속 남자가 차 문까지 다가가는 부분 영상이 없어서다. 하지만 이제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된다. 어도비의 영상 편집 툴 프리미어 프로에 동영상 생성 AI가 적용되면서다. ‘생성형 확장’(Generative Extend) 기능을 이용하면 두 영상 사이를 자연스럽게 연결해주는 2~3초간의 영상을 새로 만들어 이어 붙일 수 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어도비의 연례 컨퍼런스 ‘어도비 맥스(MAX)’. 포토샵으로 잘 알려진 어도비가 자사 인공지능(AI) 모델 ‘파이어 플라이’ 기반 동영상 생성 AI를 공개하자 현장에서 이를 지켜보던 1만 여명의 크리에이터들은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어도비, 첫 동영상 생성 AI 모델 공개어도비의 동영상 생성 AI는 텍스트 또는 이미지를 영상으로 구현한다. 프롬프트(명령창)에 머릿속 아이디어를 텍스트로 입력(Text-to-video) 하거나 이미지를 올리고 함께 명령어를 입력하는 방식(Image-to-video)이다. 이를 활용한 생성형 확장은 영상을 분석해 뒷 부분에 이어질 수 있는 2~3초 분량 추가 영상을 만들어 붙일 수 있게 한 기능이다. 단 몇 초지만 영상 간 연결성을 높여 편집을 수월하게 도와준다. 영상뿐 아니라 오디오까지 새로 만들어 매끄럽게 채워 넣는 것이 가능하다.

이게 왜 중요해생성 AI의 전장(戰場)은 이미지를 넘어 동영상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이미 주요 빅테크와 스타트업은 AI 동영상 모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2월엔 오픈AI가 동영상 생성 AI ‘소라(Sora)’를 선보였고, 5월엔 구글이 제미나이 기반한 ‘비오’를 공개했다. 지난 4일 메타는 최대 16초 길이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생성AI ‘무비 젠’을 출시했다. 런웨이(젠-3 알파), 루마AI(드림머신) 등 스타트업도 이 판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포토샵 등을 만든 이미지, 동영상 소프트웨어 최강자 어도비까지 참전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어도비의 생성AI, 차별점은
이날 맥스에서 어도비가 내세운 차별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은 안전성이다. 데이비드 와드와니 어도비 사장(디지털 미디어 부문)은 새 모델에 대해 “상업적으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최초의 비디오 생성 AI”라고 강조했다. 파이어플라이는 어도비가 보유한 이미지 자산,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퍼블릭 도메인 등 안전한 콘텐트만 학습했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 가능성을 원천 배제했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는 기존 어도비 제품군과 호환성이다. 디파 수브라마니암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마케팅 부사장은 이날 키노트 이후 언론 브리핑에서 “단순히 AI 파운데이션(기반) 모델을 만드는 것을 넘어 기존 제품 및 도구들과 통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많은 이용자를 확보한 포토샵, 프리미어 등 자사 제품과 잘 융합되는 AI서비스를 선보인다는 의미다. 프리미어 프로에 생성형 확장을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어도비는 생성형 확장 기능을 웹사이트에서 신청한 일부 사용자에 베타(시험) 버전으로 제공한다. 이후 정식 출시와 함께 가격을 공개할 예정이다.

더 알면 좋을 것이날 어도비는 포토샵·프리미어 프로·일러스트레이터(디자인툴) 등 전체 제품군에서 새롭게 도입한 100여개 기능을 발표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영상 편집 작업에서 대규모 협업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프레임닷아이오’의 새 버전이다. 어도비는 캐논·니콘등 카메라 제조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프레임닷아이오에 ‘카메라 투 클라우드’(Camera to Cloud) 생태계를 조성했다. 카메라 투 클라우드는 카메라로 촬영하면 결과물이 곧바로 클라우드로 전송돼 여러 사람이 작업을 할 수 있게 만든 서비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