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이 휴대폰을 비싸게 구입하게 만든다는 비판을 받아온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연내 폐지될 전망이다. 여야는 이동통신사의 지원금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원금 공시와 추가 지원금 상한선을 없애기로 했다. 대신, 통신요금 25%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선택약정 제도는 유지해 소비자 혜택을 키우기로 했다. 그러나 단통법 폐지가 실제로 가계통신비 절감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한다. ‘부당한 차별적 지원금 지급’을 제한하는 규정이 남아있어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단통법 폐지법률안’과 후속조치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여야 합의로 만들어진 단통법 폐지안이 과방위 법안심사소위를 거쳐 전체회의까지 통과하면서, 다음 달 본회의 최종 통과도 확실시 된다.

과방위는 폐지법률안을 만들면서 지원금 공시와 추가 지원금 상한을 없애기로 했다. 2014년 제정된 단통법은 소비자가 어느 곳에서 구입해도 번호이동·신규가입 등 어떤 조건으로 구입해도 차별 없이 똑같은 지원금을 받게 하도록 게 골자다. 그런데 이번에 지원금 공시와 추가지원금 상한제를 없애 이동통신사업자 간 지원금 경쟁 활성화를 꾀한다. 다만, 단말기 지원금을 받지 않는 경우 그에 상응하는 통신요금을 할인해주는 선택약정할인 제도는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해 소비자 혜택이 지속될 수 있게 했다.

단통법 폐지 후 이용자 보호를 위한 조항으로는 거주 지역이나 나이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의 사유로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당초 야당이 주장한 가입 유형(번호이동, 신규가입, 기기변경 등)이나 요금제에 따른 지원금 차별 금지는 여야 합의 과정에서 배제됐다. 이 내용이 들어가면 단통법 폐지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지적을 야당이 수용해서다.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 규정이 관건

하지만 이동통신사가 소비자에 차별적인 지원금을 완전히 자유롭게 지급할 수 있게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공정한 유통환경 조성’ 조항에 이동통신사와 제조사가 대리점·판매점으로 하여금 소비자에게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향후 시행령을 통해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에 대한 규정을 별도로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여야 쟁점 조항이었던 ‘제조사의 장려금 관련 자료 제출 의무화’가 반영되면서 일각에선 제조사 장려금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앞으로 이통사는 단말기 판매량, 출고가, 매출액, 지원금, 장려금 규모 및 재원 등에 관한 자료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할 때, 단말기 제조업자별 장려금 규모를 알 수 있도록 작성해야 한다. 제조사의 장려금 관련 자료 제출 의무화는 단통법 시행 후 3년 만인 2017년 일몰됐었는데, 단통법 폐지 후 되살아난 것이다.

해당 조항이 포함된 것에 대해 박충권 국민의힘의원은 “제조사가 통신사에 제공하는 장려금 정보는 영업기밀에 해당하는데,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지 유출이 되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우리나라 제조사에게는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면서 “이 경우 제조사가 최악의 경우에는 장려금을 포기하게 될 수도 있는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도 “제조사의 장려금 경쟁을 막는 조항이 추가된 것은 결국 단말기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의 실질적 구매 금액을 늘리는 효과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오히려 여전히 고가 요금제 강제 유도 및 장려금 차별에 대한 규제가 마련되지 않은 점은 매우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날 과방위는 전체회의에서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을 위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안’도 통과시켰다. AI 기본법 제정안은 AI 기반 영상이나 사진에 이를 식별할 수 있는 워터마크를 넣도록 규정했다. 또 인간의 생명이나 신체 안전과 관련한 AI 기술은 ‘고영향 인공지능’으로 분류해 정부가 사업자에 신뢰성과 안정성 확보 조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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